야수 | 김성수
2006/01/13 00:48
영화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으니 미리 알기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통과해주세요. ^^

오늘 개봉한 [야수]를 보고 왔습니다. 꼭 봐야지 했던 영화도 아니고 권상우나 유지태 팬이 아닌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줄거리라고는 동생의 죽음에 복수를 결심하는 권상우와 정의로운 검사 유지태라는 설정 밖에 모르는 영화였기 때문에 이야기가 어찌 전개되려나... 하는 호기심은 있었습니다. ^^ 짧게 짧게 적어봅니다.
- 영화의 초반부는 어라... 하고 갸우뚱할 정도로 호흡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동생의 죽음도 벌써? 라고 할만한 시간에 나타나구요.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영화는 다소 느려지는가 싶다가 일반 액션영화와는 다른 길을 걷습니다. 팜플렛을 보면 "만남-공존-위협-그리고...최후"라는 4단계로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고 있는데 만남-공존은 빨리 지나고 위협-그리고... 최후 부분은 앞부분과는 달리 숨도 쉽니다. 영화의 결말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 권상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같이 본 사람 모두 열심히 했다... 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 하지만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었습니다. 거친, 무례한, 남성다운, 길들여지지 않은... 이런 말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얼굴 까맣고, 지저분하고, 욕많이 하고... 뭐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건지 좀 아쉬웠습니다. 예전에 어떤 미국 평론가가 로버트 드 니로의 [케이프 피어]와 예전에 같은 배역을 맡았던 로버트 미첨의 연기를 비교하면서 상소리 하나 하지 않으면서 오싹하게 사람들을 위협하고 겁을 주던 케이디 역할을 소화한 로버트 미첨에 대해 칭찬을 한 것이 기억나더군요. 욕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해서 야수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 유지태의 연기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법정에서의 변론 장면이었습니다. 조근조근 자신을 변호하던 검사 오진우가 갑자기 운동권 학생이 되어 사자후를 토하는 장면이 그것인데 그러한 태도변화가 너무 급작스러워서 너무 연극적으로 보이더군요.(이 외에도 일부 내용이 갑자기 넘어간다 싶은 장면도 눈에 띄는데 아마 편집 중에 잘려나가서 그런게 아닌가 합니다.) 좀 더 오진우가 법정모독죄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던 법정 분위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두 배우의 연기가 아주 나빴다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악의 화신과 같은 배역을 맡은 유강진역의 손병호에 비한다면 두 주연배우가 모자랐던 것은 확실합니다. 실명을 거론해서 그렇지만 마치 조O은을 떠올리게 하는 유강진은 마치 마피아 두목처럼 가족과의 식사와 사건처리를 동시에 처리할 정도로 냉혈한이며 친구를 죽이고 세력을 장악하는 권력욕, 그리고 강한 것에 대한 숭배로 똘똘 뭉친, 그리고 중간 중간에 불경이나 소설의 경구를 인용할 정도의 지식은 갖춘 캐릭터입니다. 이 전형적인 캐릭터를 손병호는 아주 매끄럽게 잘 소화홰 내고 있습니다.
-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무척 사실적인 액션장면과 음악을 들 수 있겠습니다. 초반에 나오는 자동차 추격씬을 보통이라고 한다면 권상우가 열연하는 여러 1:多 싸움장면은 기존 영화보다 훨씬 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튀지 않는, 하지만 적절하게 제 몫을 해주는 음악은 그전에 봤던 영화 [청연]의 음악이 너무 좋지 않았던 탓인지 무척이나 좋게 들렸습니다. : -)
- 영화에서 중점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무척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주실과 함께 유일한 여성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엄지원의 연기는 무난하지만, 프로포즈나 장례식장에서 보이는 모습, 마지막에 무덤에 찾아가는 모습은 너무 전형적이라서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설픈 프로포즈를 받았을 때 엄지원이 "나 너 말고 결혼할 남자 친구 있어!"라고 해주길 기대 했습니다. ㅡ.ㅡ
- 함께 영화를 본 분이 권상우와 유지태 사이의 묘한 기류에 대해 이야기해서 생각해 봤는데 확실히 그런 구석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포스트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습니다. ㅋㅋ
[영화] 『야수』 유지태×권상우:'야오이' 팬에게 추천.
이상입니다. 쓰다보니 좀 부정적으로 흘렀는데 개인적인 취향이 그런것이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