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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앤 나이트 | S. J. 로잔

flipside 2023. 5. 28. 19:58

2005/03/11 23:19 

 

[책을 읽고 나서]


영림카디널의 블랙캣 시리즈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책 자켓을 벗겨놓고 나면 책에 대한 어떤 부가적인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역자의 말도 없고, 저자 설명도 없으며, 책의 내용을 짐작할 만한 어떤 카피 문구조차 없다! : ) 예상치 않은 곳에서 반전이라고 할만한 영화 줄거리를 무차별적으로 듣게 되는 요즘, 이런 정보의 빈곤속에서 책을 읽게 되는 기쁨을 맞이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출판사의 자상한 배려와 함께 ^^ [윈터 앤 나이트]를 읽으면서는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미리 접하지 않은터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야기에 빠질 수 있어 좋았다. S. J. 로잔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범인을 찾는 소설인지 아니면 그냥 스릴러인지, 살인사건은 일어나는 건지... 등등


소설의 큰 기둥에는 미식축구가 자리잡고 있지만, 미식축구 이야기가 아닌탓에 규칙을 몰라도 읽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고, 주인공과 파트너가 나오는 7번째 작품이라지만 그 이전 시리즈를 몰라도 재미있게 읽는데 역시 아무런 지장은 없다. 학교 생활이 불만족이었던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공감할만한 배경 이야기- 이런 점에서는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고 싶은 등짝]에서 묘사하고 있는 교실풍경과 이 책 속의 고등학교 이미지는 통하는 면이 있다 - 는 사실적이며 착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사립탐정 주인공과 그 파트너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두터운 분량 때문에 겁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몇몇 장면에서 보여주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성격묘사와 주인공들의 행동이 긴 여행의 피로를 모두 상쇄시켜줄만 하다. 최근에 읽은 재미있는 추리소설 중 하나로 꼽고 싶다.


[기억에 남는 구절]


사건을 의뢰받고 일을 하다가 무엇인가에 막혔을 땐 피아노를 치는 게 내 오랜 습관이다. 악보를 보며 곡을 연습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똑같은 코스로 뱅뱅 맨돌기만 하던 질문들이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퍼올리며 돌아와 주는 것이다. 건반 연습을 마치고 현실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모든 것이 태어난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며 기억이란 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형체가 조금도 바뀌지 않고 동일한 '팩트'마저도 놀랍도록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지정보]


제목 : 윈터 앤 나이트
지은이 : S. J. 로잔 S. J. Rozan
옮긴이 : 김명렬
원제 : Winter and Night (2002)
출판사 : 영림카디널
발간일 : 2004년 07월
분량 : 559쪽
값 : 12,000원


[p.s.]


- S. J. 로잔의 공식 사이트 : http://www.sjrozan.com/


- 미국 원서 표지




- 책이 가볍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이 책의 큰 장점이다!


- S. J. 로잔의 짧은 인터뷰 : http://www.steventorres.com/interview_sj.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