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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flipside 2023. 5. 28. 20:00

2005/03/20 11:12 

 

[책을 읽고 나서]


요시다 슈이치의 다른 작품인 [퍼레이드]와 [파크라이프]를 읽으면서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미묘하게 전혀 특이 하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특이하다는 느낌. [동경만경]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요시다 슈이치는 A라는 상황에서 B라는 상황으로 넘어가는데 그것을 읽다보면 "아니 왜 C로 안가고 B로 가는거야? 참 특이하지만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 A라는 상황에서 C로 간다면 "왜 B로 안가는 거야?"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도 그런 느낌, "아니 결국은 이렇게 끝나면 어쩌자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모두 6장으로 이뤄진 소설 중 5장이 끝으로 가장 적합했던것이 아닌가 하고 미리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은 아니지만 연애소설을 표방하고 있는 [동경만경]은 어느 사이트의 설명처럼 "미칠 듯할 정도의 연애를 해 온 료스케와 연애같은 건 믿지 않은 미오(료코)"의 사랑이야기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대기업 홍보실에 다니는 여성과 부두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남성의 사랑이야기도 하고. 요시다 슈이치의 팬이라면 당연히 좋아할 만한 작품이고, 현실적인 연애담("대기업 홍보실에 다니는 여성과 부두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남성의 사랑이야기""라는 자체가 현실적이 아니라면 할 말이 없다 -.-)을 좋아하는 분에게도 추천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


료스케는 얼굴을 들여다보는 마리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물론 아무 생각도 없는 건 아니다. 뭔가 생각이 있긴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것을 끄집어내 말로 표현하는 순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나 생각들이 마치 별개의 무엇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특별히 대단한 걸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에 품고 있거나 생각한 일들을 적확하게 표현할 일본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고 영어나 프랑스어를 할 수도 없으니, 자신은 과연 무엇으로 사고해야 하는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이리처럼 '우우~'하고 목젖을 울리는 울부짖음이 머릿속이나 마음속에 있는 말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


……사람은 말야. 그리 쉽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진 않잖아.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보기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자기 뜻대로 꿈을 이뤄내는 것처럼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아. 뭐랄까, 내 마음인데도 누군가가 스위치를 켜지않으면 ON이 되지 않고, 거꾸로 누군가가 그 스위치를 끄지 않으면 OFF가 되지 않는 거지. 좋아하기로 마음먹는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기로 작정한다고 싫어지는 것도 아니고……



[서지정보]


제목 : 동경만경
지은이 : 요시다 슈이치 [吉田修一]
옮긴이 : 이영미
원제 : 東京灣景 (2003)
출판사 : 은행나무
발간일 : 2004년 09월
분량 : 303쪽
값 : 9,500원


[p.s.]


- 일본 원서 표지. 국내것도 같은 표지~



-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원작과는 차이가 좀 있다. 드라마 1/2회를 구해봤는데 몇몇 공간의 묘사는 생각했던 것과 같아서 재미있었다. 관련 기사 : 한류열풍 일본속으로 - 동경만경


- 검색을 하다 보니 책이 국내 출간되기 전에는 여러 매체에서 [도쿄만 풍경]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렀었다.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일식 L'eclisse](태양은 외로워)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관련 게시물 : [101개의 특별한 영화음악] L'Eclip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