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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flipside 2023. 5. 28. 20:13

2005/05/08 12:23

 

[책을 읽고 나서]


아 책 읽으면서 소리내서 웃어본 게 얼마만인가!!! 표제작 "공중그네"를 포함해 모두 5편의 연작을 담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란 이런거구나하는 하나의 모범과도 같은 작품이다. 진지한 고민을 가진 환자와 이것을 (환자가 보기에는) 상당히 장난스럽게 받아들이지만 결국 치료를 해주는 의사 이야기는 그 형식만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특히 주인공 이라부 이치로 박사의 캐릭터는 독특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재미를 주는데, 나이가 들어도 천진함을 유지하고, 단순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놓치지 않는, 무례하지만 천박하지 않은, 돈은 많지만 별로 그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치료는 하지만 그것에서 재미를 찾는 이 30대 후반의 정신과 의사는 이 책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찾아보니 이라부 이치로 의사는 전작인 [인 더 풀](2002)에서 처음 나온 캐릭터로 책 내용과 구성은 이번 책과 비슷한 편으로 그 때도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번에 상을 받게 되었단다. [공중그네]가 성공하면 [인 더 풀]도 번역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기억에 남는 구절]


"다시 한 번 성격을 바꿔보면 어때? 아침마다 간호사 엉덩이를 더듬는다거나."
"바보 같은 소리. 성희롱이라고 난리칠 게 뻔하지."
"그럼, 책상 서랍 속에다 장난감 뱀을 몰래 숨겨둔다거나."
"간호사 센터에서 항의할 텐데."
"그런 행동을 1년 동안 계속해봐. 그럼 주위에서도 포기해. 성격이란 건 기득권이야. 저놈은 어쩔 수 없다고 손들게 만들면 이기는 거지." [진하게는 제가.. 맘에 드는 구절이라 ^^]


"장인의 가발" 중에서



"작가는 좋겠다. 아~ 동경해 마지 않는 인세 생활."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요. 대부분은 원고료 받아서 먹고살고, 평균 소득은 큰 출판사 사원보다 못하다구요."
"그래?" 이라부가 의외라는 듯 아이코를 쳐다봤다.
"그래요. 별 볼일 없어요."
"쳇 뭐야, 그럼 나 관둘래." 이라부가 짧은 다리를 앞으로 뻗댄다.
"뭐, 베스트셀러를 내면 억만장자가 되긴 하지만."
"역시, 하는 게 낫겠어." 다리를 다시 끌어 당긴다.
상대하는게 한심할 지경이다. 정말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여류작가" 중에서


[서지정보]


제목 : 공중그네
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 [奧田英朗]
옮긴이 : 이영미
원제 : 空中ブランコ (2003)
출판사 : 은행나무
발간일 : 2005년 01월
분량 : 309쪽
값 : 9,800원


[p.s.]


- 원작 표지. 우리나라 것이 낫다고 봄 ^^ [어떤 일본 블로그에서 퍼옴 : 출처]





- [공중그네] 관련 포스트들을 트랙백으로 모아 놓은 블로그(인듯) : 空中ブランコ : 奥田 英朗 文藝春秋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