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볼 | 기리노 나츠오
2005/09/06 20:40
2001/02/05
[책을 읽고 나서]
우리나라에 일본 나오키[直木]상 수상작이 꽤 많이 소개되긴 했지만 그 어느 한 편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져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중적인 재미에 작품성을 겸비한 소설에게 수여하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면 일단 내용이나 작가에 관계없이 읽어봐도 실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여러 수상작을 읽어본 소감이다.
키리노 나츠오의 [부드러운 볼]은 1999년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개인적으로는 2000년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로 꼽고 싶은 작품이다. 짧게 말해 "남편의 거래처 사장과 불륜에 빠진 주인공의 딸이 실종된 이야기"(영화 [올리비에 올리비에]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인 이 작품은 불륜에 빠진 여성 심리의 묘사와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심정이 정말 교묘하다고 할 정도로 치밀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불륜으로 인해 더해지는 죄책감으로 주인공이 겪는 심적인 고통의 묘사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압권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이 딸의 실종을 둘러싼 여러 의문에 대해 상상하는 여러 가정들인데, 하나 하나 모두 소설의 결말로 엮어도 될만큼 논리적 설득력이 있는 것에 감탄을 하게 된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자신을 철저히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게된다"는 표지에 써있는 알듯 모를듯한 평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 재미나 작품성 둘다를 만족시키는 보기드문 역작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유카의 실종 따위는 츠타에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는 일인 것이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카스미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 어두운 구렁텅이로 한없이 떨어지는 듯, 탈진해버린 느낌에 휩싸였다. 이렇게 유카의 존재는 모두에게 잊혀져가고 있다. 자신의 문제가 타인에게는 별것도 아닌 문제라는 걸 느낄 때, 표현할 수 없는 고독에 견딜 수 없는 법이다.
[서지정보]
제목 : 부드러운 볼
원제 : 柔らかな頬(1999)
지은이 : 기리노 나츠오 [桐野夏生]
옮긴이 : 권남희
출판사 : 산성미디어
발간일 : 2000년 06월
분량 : 318쪽 / 267쪽
값 : 7,500원 / 7,500원
p.s.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되었음. 다행히 절판 안됨. ^^ 국내에 출간된 기리노 나츠오 소설로는 [얼굴에 내리쏟아지는 비](가나다라), [아웃] 달랑 2편이 더 있을 뿐임 ㅠㅠ
p.s. 원서와 프랑스어 번역본 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