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
2006/02/23 23:39
[책을 읽고 나서]
처음 읽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파크라이프]였다. 재미있는 표지의 작품이었는데 스타벅스에 대한 묘사가 기억에 남았다. 그 다음은 [퍼레이드]였는데, 그때 썼던 글을 보니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으면서 심각한 주제도 잘 전달하는" 작가라고 감상을 썼었다. 그리고는 [동경만경]. 드라마까지 찾아볼 정도로 - 하지만 소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드라마에는 실망했다 - 재미있게 봤다.(나는 연애소설을 좋아한다 ^^) 최근에 본 것이 [7월 24일 거리]였는데 준연애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만만치 않아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이틀전 회사동료분이 빌려줘서 오늘 다 읽게된 [일요일들]은 다시 [퍼레이드]때로 돌아간 작품같은데 예상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5개의 연작소설과 그 이야기 속에 카메오처럼 등장한 한 형제의 이야기가 엮여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각 작품에 등장하는 인문들에 대한 묘사나 상황 설명, 사건의 이어짐이 하나하나 다 가슴에 와 닿았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더 먹은 탓인지 아니면 슈이치 소설속의 주인공들과 엇비슷한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예전보다는 주인공에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 소설을 읽다보면, 엑셀파일 그래프에서 그린 추세선처럼 그냥 완만하게 흘러가는 것이 삶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고점까지 올라갔다가 최저점까지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변동폭 큰 추이가 곧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적어두고 기억할만한 일도 없지만 작은 순간 순간들은 사건이라고 부를 만큼 큰 감정의 변화가 뭉치고 흩어지면서 지나가고 있는데 이 작가는 그것을 기막힐 정도록 잘 끄집어내고 있다.
5편 모두 마음에 들지만 첫번째 작품은 재미와 공감이라는 면에서 1표를, 마지막 작품은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주는 짠한 마음에 1표를 던지고 싶다. 물론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머지 3편이 주는 매력에 실망하지 않을것 같다.
[기억에 남는 구절]
선배들은 유부녀와의 도주를 앞둔 다바타에게 송별회까지 열어주며,
"자네 정말 단단히 빠졌구만."
"하지만 나는 그 여자한테 질투가 다 나네, 이렇게 사랑해 주는 사람이 다 있으니 말이야."
"한 회사에서 뿌리 내리는 것 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라며 저마다 한마디씩 해주었다. 그러던 것이, 일 년 후에 그 '질투가 다 나는 여자'는 벌이가 좋은 남편 곁으로 돌아가고, 다바타 혼자 강변에 자리한 파친코 종업원 기숙사에 남겨지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래, 한 회사에서 뿌리 내리는 것 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곧 떠날 여자를 위해 잘 다니던 회사에 갑자기 사표를 던진 것은 이자는 커녕 본전도 못 찾는 꼴이라 할 수 있다.
[서지정보]
제목 : 일요일들
지은이 : 요시다 슈이치 [吉田修一]
옮긴이 : 이영미
원제 : 日曜日たち (2003)
출판사 : 북스토리
발간일 : 2005년 01월
분량 : 220쪽
값 : 9,000원
[p.s.]
- 최근 국내에 방문한 요시다 슈이치 관련 기사. 지난 토요일에 영풍문고에서 싸인회가 있었다는데 흑 : 순수·대중문학 벽 허물고 변화 꾀할 때 - 한·일 신세대 대표작가 정이현-요시다 대담
- 원서표지. 국내표지가 더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