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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의 세대 | 우석훈

flipside 2023. 5. 30. 00:38

2006/03/12 21:50

 

[책을 읽고 나서]


제목인 아픈 아이들의 세대(Sick-Baby Generation)는 100명 당 18명이라는 높을 발병률을 보이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과 이 아이들보다 더 심한,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원인의 병을 안고 태어나게될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가까운 미래를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재의 사태가 당장 서울을 떠나야 할 정도로 위험하고, 정부가 서울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할 정도라고 진단한다.


시작은 안전하지 않은 서울에 대한 이야기. PM10이라는 미세먼지로 인해 베란다에 놓은 식물이 죽는 저자가 직접겪은 일에서 시작해서 결국 아이를, 특히 아기들을 키우기에 서울은 너무나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다음은 서울을 떠나면 갈 곳은 있는가? 서울을 떠나서 지방으로 가면, 농촌으로 가면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하지만 따져보면 농촌도 서울화 되어 가는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농촌 종합대책이라는 정부정책은 결국 농경지의 택지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고 '전국의 서울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현실만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이 대목은 우리나라의 건설업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다는 분석이 함께 제시되는데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돈이 돌아 서비스업이 발전하고, 그리고 그 돈이 제품 구매에 쓰이면서, 고용이 증가하고 결국 경제가 발전한다"는 식의 경제논리가 가진 함정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마지막은 결국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인데, 비중은 작지만 저자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이 부분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 읽을때는 단순히 현재 유해한 환경과 어린아이들의 질병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현재 진행중인 서울화라는 이름의 도시화와 농촌의 붕괴,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는 범위가 넓은 책이다. 이런 점 때문에 다소 방만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핵심을 한 군데 집중했다면 3권의 다른 책이 나왔을 법 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다른 느낌을 받을 만한 책으로 책이 가벼운 것은 무척 마음에 든다.


[기억에 남는 구절]


지금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미래는 선진 한국이나 잘 사는 조국이 아니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다. 그야말로 안데르센 동화에나 나옴직한 아이들을 잡아가는 괴물들이 사는 도시. 아니면 카프카의 '성'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이를 하나씩 잡아가는 상황, 그것이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인 것이다.


[서지정보]


제목 : 아픈 아이들의 세대
지은이 : 우석훈
출판사 : 뿌리와 이파리
발간일 : 2005년 02월
분량 : 256쪽
값 : 12,000원




p.s 호불호가 있겠지만 중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삽입된 [반지의 제왕]과 연결한 현실에 대한 묘사는 생각보다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p.s. 저자의 블로그 : 어둠의 시대에 희망을 쏘아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