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탄생 | 가시마 시게루
2007/03/03 20:51
[책을 읽고 나서]
지난번 [돈까스의 탄생]에 이은 뿌리와이파리의 ~ 탄생 시리즈 2번째 작품.(이라고 쓰긴 했지만 계속 시리즈로 낼지는 미지수. 참고로 오카다 데스의 [국수와 빵의 문화사]가 [돈까스의 탄생]에 이어 출간 되긴 했습니다.) 부제는 "봉 마르셰 백화점, 욕망을 진열하다"인데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라고 하는 프랑스의 봉 마르셰 백화점 창업자인 부시코 부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원제는 [백화점을 발명한 부부 デパートを発明した夫婦 - 소비를 바꾼 천재상인 부부 消費を変えた天才商人夫婦]인데, 이 제목에 충실하게 아리스티드 부시코와 마르그리트 게랭 부부는 오늘날의 상점 판매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는 미끼상품이나 반품허용, 박리다매, 바겐세일, 가격인하 경쟁, 사치품에 대한 강조, 여성 고객을 잡기 위한 판매방식 등 여러가지 기법들을 도입했고, 책은 그 내용을 하나 하나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는 역시 욕망이라는 것은 큰 변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백화점이라는 한 주제를 통해 자본주의와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편집자가 "아 이 책을 그냥 경제경영서로 포장해서 내볼까?"하는 갈등을 충분히 했을것 같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 부시코의 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다뤄지고 있는게 눈에 먼저 들어오고, 특히 아래 밑줄 그은 것같은 생각을 하거나, 모든것을 매뉴얼화해서 점원들을 나사처럼 다루었다는 부분 -.-; 간부들은 이익에 성과급을 연동시키고 하급직원은 매출액에 성과급을 연동시켜 경영에 균형을 맞춘 대목을 보면 요즘의 CEO책이나 경영기법 책에 전혀 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술술 읽히는 작품으로, 저자의 다른 작품도 번역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문화사가 아니라 경제, 경영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제목이나 분류때문에 놓치기 쉬운데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19세기 파리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풍경에 대한 묘사와 에밀 졸라의 소설을 주요 텍스트로 사용한 점 도 눈에 띕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 확실히 말해서, 급료를 올리면 사원은 의욕을 내서 일하고 귀속의식도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 급료가 높아도 사원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회사는 얼마든지 있다. '사원'인 한은, 봉급을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하 보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식이 늘 머릿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원의 처지에서는, 제아무리 많은 봉급도 지나치게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의식은 사주가 아닌 월급사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원' 의식을 불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사원을 모두 '사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
[서지정보]
제목 : 백화점의 탄생
원제 : デパートを発明した夫婦 (1991)
지은이 : 가시마 시게루 [鹿島茂]
옮긴이 : 장석봉
출판사 : 뿌리와이파리
발간일 : 2006년 09월
분량 : 222쪽
값 : 11,000원
p.s. 기사를 찾다 보니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의 매장이 '부유한 파리지앵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봉 마르셰에 입점했다는 기사 가 있는 것을 보면 봉 마르셰는 욕망을 진열하는 백화점으로의 가치를 잃지 않았나 보네요.
p.s. 다른 회사보다 월등한 복지수준과 높은 급여를 통해 점원들의 불만을 사전차단한 것을 보면서 딱 삼성의 경영방침이 떠올랐답니다.
p.s. 위풍당당한 봉 마르셰 사진~ [출처 1 ] [출처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