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검시관 | 요코야마 히데오
2007/07/01 14:40
[책을 읽고 나서]
종신검시관이라 불리는 구라이시 요시오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단편 모음집. 추리소설의 기본에 충실한 - 물론 완벽한 이야기 구조에 복선과 반전을 기대하시고 이 책을 읽으신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 - 단편에서부터 읽고나면 가슴이 먹먹해 지고 눈물이 핑 도는 단편까지 모두 8편이 담겨 있는데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주는 수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 옮긴이도 같은 의견을 이야기 하고 있듯이 - "전별'과 "실책"(아래 기억에 남는 구절에 옮긴 내용의 출처이기도 합니다)이 가장 감동적이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윗사람의 눈에 들려는 노력은 없고, 윗사람들 눈밖에 나 있지만 입바른 소리에, 퉁명스럽게 아랫사람을 대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상사... 이쯤되면 구라이시 리더십이 나올법 하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제목이 검시관이라서 퍼트리샤 콘웰의 소설을 떠올리지 마시길~ 드라마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누가 어울리려나 *_*
[기억에 남는 구절]
"조사관님."
"뭔가?"
구라이시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왜 하루에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셨습니까?"
순간적으로 둘 사이를 의심했다.
구라이시가 말했다.
"부하였으니까."
루미가 멈춰 섰다. 구라이시의 등이 차츰 멀어졌다. 쫓아갈 수 가 없었다. 10년 전, 겨우 한 달 동안 근무한 하루에를 구라이시는 '부하'라고 불렀다. 구라이시의 모습이 계단으로 사라졌다.
어쩌면, 남자는 두 가지 종류만 있는 게 아닐지 모른다.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루미는 아무도 없는 계단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서지정보]
제목 : 종신검시관
지은이 : 요코야마 히데오 [横山秀夫]
옮긴이 : 민경욱
원제 : 臨場 (2004)
출판사 : 랜덤하우스
발간일 : 2007년 05월
분량 : 344쪽
값 : 10,000원
p.s. 원서표지. 사건현장에 치는 노란 선을 이용한 게 귀엽죠. ^^ 국내판 표지도 재미있는데 음.. 개인적으로는 본문에 삽입된 일러스트가 더 좋더라구요.

p.s. 책 날개에도 나와있지만 작가의 [사라진 이틀 半落ち]이라는 작품은 제128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지만 소설 내용에서 대한 현실성 문제가 제기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상을 거부했다"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제128회 나오키상은 수상작 없음으로 발표가 되었구요. 수상작으로 뽑았는데 거부한 것인지, 상을 준다고 해도 안받겠다고 한 것인지는 - 아무래도 후자인것 같지만 -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