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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그릇 | 마츠모토 세이초

flipside 2023. 6. 5. 12:31

2011/02/19 22:22

 

[책을 읽고 나서]


나카이 마사히로가 와가 에이료 역을 맡고 와타나베 켄이 형사 이마니시 에이타로 역을 맡았던 드라마 [모래그릇](2004)을 보고 나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도 줄거리는 전혀 몰랐던 상태라, 드라마를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왠걸! 세부 내용도 비슷하고 전체 뼈대는 같은데 책이랑 드라마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까지 원작과 영화/드라마화된 작품을 쌍으로 많이 접하긴 했는데 이번처럼 다르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전체를 누구의 눈으로 보냐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하고 감탄 ^^ 드라마가 첫회부터 살인이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과 달리 소설의 시작은 이미 살인은 일어났고, 형사들이 탐문을 하는 모습부터 보여줍니다. 이 시작에서부터 드라마의 주인공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와가 에이료이고 소설 속의 주인공은 형사 이마니시 에이타로 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따라서 소설은 숙명에 괴로워하는 와가 에이료가 아니라 이마니시 형사의 고군분투기! 작은 단서 하나를 좇아 헛걸음도 하고 실의에 빠졌다가 다시 일어서서 범인을 정체를 찾아내는 근성있는 이미니시 형사의 활약이 소설의 거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안보고 책을 봤다면 "범인이 누굴까?"하는 궁금증을 계속 품을 수 있을 정도로 미스터리라는 점에서도 합격점을 줄 수 있고,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도 흥미롭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설에서는 없어서 짐작만 할 수 있었던 부분 - 예를 들어 구체적인 살인 장면의 묘사 - 들을 드라마 장면으로 대신 접할 수 있어서 계속 이어지는 수사과정들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메이킹 필름에서도 계속 명작이라고 나오고 이 원작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된다고 하는 인터뷰도 있고, 여러차례 끊임없이 영상화 되는 점을 보면 일본에서는 거의 고전대접을 받는 것 같은데, 소설을 읽어보니 그럴만 하군! 하는 생각이 들어습니다.(올해 5번째로 드라마화 된다고 하네요! 기대중~)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쪽의 이야기 전개가 더 맘에 들었지만 소설이나 드라마 모두 장점이 많으니 함께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서지정보]


제목 : 모래그릇
원제 : 砂の器(1961)
지은이 : 마츠모토 세이초
옮긴이 : 허문순
출판사 : 동서문화사
발간일 : 2004년 08월
분량 : 566쪽
값 : 9,800원


p.s. 번역본과 원서표지.(번역본 표지는 [모래여인] 같아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