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005/06/25 23:17
출판사에 몸을 담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형성된 것이기는 하지만 오타나 표기법 오류에 대해서 무척 민감하다. 개인적으로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두리뭉실두루뭉술 -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이상하지 않으면 좋고, 보기 좋으면 좋고 하는 식 -.-;; - 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책을 읽다가 발견하게 되는 오타나 표기법 오류는 그냥 넘어가지 않게 된다. 내 대응방식은 2가지.
1번 - 블로그나 공개 게시판 같은 곳에 올린다던가 주위사람에게 이야기함
2번 - 출판사나 글쓴이, 옮긴이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기
다음은 내가 2번을 선택했을 때 각 출판사로부터 받은 반응이다.
□ 다빈치 : 미술/건축 관련 전문출판사인 다빈치는 유수의 출판사와는 달리 당시 경기도에 자리잡고 있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가우디에 대한 책을 보다가 정말 오타 1자를 발견해서 메일을 보냈는데 감사하다며 다빈치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하고 싶다고 주소와 함께 답을 달라고 했다. [유인원과의 산책]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얼마 후 보내주었다. : - )
□ 한길사 : 학교 다닐때니 무지 오래된 일이다. 출판에 대한 책(기억이 가물가물하다)을 보다가 아인슈타인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부분에 유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 사진이 실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책이야기 하는데 웬 과학자 아인슈타인? 하고 봤더니 알고 보니 서지학자 엘리자베스 아이젠슈타인(Elizabeth Eisenstein)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 [인쇄 출판 문화의 원류]라는 책을 교재로 보고 있던터라 자신감을 가지고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당시 어린 마음에 상처 입었다. ㅠ.ㅠ
□ 씨앗을뿌리는사람 : 작년 11월 어떤 책을 보다가 본문에는 "동성애자"를 "호모"라고 일괄적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원래 원본에서 "gay"나 "homosexual"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homo"라고 사용을 해서 어쩔 수 없이 "호모"라고 번역을 했는지, 아니면 번역자나 편집자가 편견을 가지고 "동성애자"로 번역해야할 단어를 "호모"라고 번역했는지 의문이 들어서 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이 없다.(블로그에도 썼다~) 씨앗뿌리는사람에 대해 개인적인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많이 감소 -.-;
□ 미래의 창 : [럭셔리 신드롬]을 보고 나서 오타랑 표기법, 색인부분의 수정할 점을 적어서 메일로 보냈다. 바로 다음날인가 답장이 왔는데 그 편집자분이 상당히 재미있고, 애교있는 말투로 실수를 인정하시고 다음쇄에 반영해주마 하는 내용이었다. 뭔가 좋은 일을 했다는 기분에 뿌듯^^
□ 은행나무 : 최근에 읽었던 [화이트 시티]를 보고 오타나 표기통일 관련 된 부분을 게시판에 올렸다. 독자가 올린 글에 대해 답변이 없어서 원래 게시판에 오지 않나보네... 하고 있다가 오늘 가봤더니 다른 글에는 편집자의 답변이 있는데 내가 올린 글에는 답변이 없는거다. 무시당했다는 기분에 울컥. -.-
흔히 접하게 되는 고객에 대한 많은 책을 보다보면 100명 중 불평하는 고객은 4명, 나머지 96명은 말하고 싶지도 않고 너무 지쳐서 불평도 안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책도 다 출판사에서 내는 만큼 불평을 하는 고객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마지막 줄은 역시 또 다른 고객을 상대하고 있는 내게도 그대로 해당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