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차이
2006/03/22 21:30
어제 면접결과를 받았다. 결과는 예상 했지만 떨어졌다. 중간에 다리를 놔준 분의 이야기로는 업무능력은 있어보이나 - 립서비스라고 해도 이런 이야기를 들은 건 다행이다 - 그쪽 회사의 인재상과 거리가 있다는 게 낙방이유였다. 뭐 면접 때 내가 한 말도 있고 해서 그럴 줄 알았지만 막상 듣고 보니 기분은 썩 좋지 않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서 면접을 본 것은 처음이라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거의 1년 반만에 본 면접이라 요즘에는 이런 것도 물어보는군... 하는 정보도 얻는 기회가 되서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대학 4학년 때는 면접을 보는 기회만 얻어도 기쁜 시기이긴 했지만, 막상 어려운 서류면접을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오러는 소리를 들으면 겁부터 났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는 역시 젊었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어리버리 했었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 흔한 일이었기 때문에 큰 부담감은 없었다. 그러다가 회사 사정으로 2번 실직을 하게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실직 상태에서 보는 면접이라서 그런지 역시나 자연히 합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러다 보니 오버도 하게 되었다. 잘 모르는 것도 아는척 하게 되고, 자신 없는 것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다 덮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재직중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일하고 있어서 시간내는게 좀 그래서 그렇지 첫째로 꼭 붙어야겠다는 부담감이 없으니 실수를 덜하게 되었다. 놀고 있을 때 면접을 보면 "아 내가 왜 그렇게 대답했지..."하면서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확실히 그런 후회가 줄었다. 나를 보여준다는 생각과 함께 면접보는 상대방과 그 회사를 '면접'보는 입장에 서기도 했다.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좀 뻔하다 싶은 모범답안(일종의 거짓말 ^^)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 상대방이 원하는, 마음에 들만한 대답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꼭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하는 삐딱한 생각도 들고, 어차피 나의 이런 모습도 받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좀 더 솔직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면접은 갑과 을처럼 한쪽이 우월하고 다른 한쪽은 한 계단 아래 서게되는 식이 아니라 거의 대등한 상대가 서로를 탐색하는 방식이 되는 것 같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사람을 뽑는게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인데,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서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보게 되거나, 업무와 맞지 않는 사람을 배치 받아 속앓이를 한 번 하게 되면 뽑는 사람이 결코 강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 30대 어른은 굳은 의지를 가질 것만 같았는데 막상 본인이 그 나이 언저리에 서게 되니 어른도 다 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처럼 면접관도 좋은 사람, 회사와 맞는 사람을 뽑으려고 애쓰는 그냥 보통 직장인이라는 점을 알게 되니 면접에 임하게 되는 자세가 달라졌던 것이다. 이런 걸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지금까지 면접에서도 좀 당당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이런 깨달음도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작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p.s. 그나저나 한 번 떨어져 봤으니 앞으로도 계속 솔직하게 대답 할 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