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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있었던 최악의 영화 관람 경험

flipside 2023. 5. 1. 11:52

2006/05/21 19:20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영화이야기가 아니라 영화관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탄생]은 너무 좋았습니다.




주말 오후에 서울에 있는 한 극장에서 [가족의 탄생]을 봤습니다. 저는 맨 뒤 한쪽 구석에 혼자 앉았는데 제 옆에 젊은 커플이 한 쌍 앉았습니다.(물론 그 옆도, 그 앞도 다 커플 ^^) 영화보기 전에 약간 떠들었지만 뭐 참을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영화시작하면 조용해지겠지.. 했지요. 그러다 영화 시작~


중간중간에 여자분이 영화 내용을 되묻거나 잘 안들렸던 부분을 남자친구에게 계속 묻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뭐라고 그런거야?" "그럼 이제 고두심 나와?" "그럼 재가 엄태웅 아들이야?" 그러기를 계속 하다가 아역배우 나오면 "귀엽다...", 이상한 장면 나오면 "너무하다..." 배우들 나오면 "공효진 날씬하다"... "문소리 목소리 이상하다"... "류승범이네"... 이런 식으로 계속 코멘트를 날리시더군요. 거기에 중간에는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서 가방에서 핸드폰 찾느라 부산스럽게 했던 점도 하나 추가 하죠.


내가 너무 과민한게 아닌가.. 내가 나이가 들었나 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그 문제의 커플이 퇴장하고 나니 그 옆에 있던 같은 나이또래의 커플 중 여자분이 그때서야 옆에 여자애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못봤다고 한마디 하시더군요. 나만 민감한 건 아니었구나 하고 안심은 되었지만 돈 내고 이런 식으로 영화를 제대로 집중해서 못본 게 너무 짜증하고 기대했던 [가족의 탄생]을 이런 식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화를 가라 앉히고 집에 와서 다시 곰곰 생각해보니 한동안 토요일/일요일 조조영화나 오후 8-9시 넘어 하는 영화만 보다보니 커플들과 함께 영화를 본 게 너무 오래되어서 내가 적응을 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앞으로 주말 오후 서울에 극장은 안갈랍니다. 가만히 있으면 홧병이 날 것 같아 짜증나고 억울한 기분을 주저리 풀어보았습니다. ㅠㅠ




p.s. 그나저나 영화를 보면서 [가족의 탄생]은 코미디인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개인적으로 웃음이 나기보다는 슬프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에서도 박수와 함께 웃으시더군요. 조용한 환경에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