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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이야기

flipside 2023. 4. 22. 21:09

2004/07/18 00:20

 

아래 글을 쓰고 있는데, TV에서 또 친일관련법안에 대한 토론회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켜보니 반대쪽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논리가 말 그대로 가관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어제 김동길씨처럼 떼쓰기 식으로 논리를 펼치거나(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이 아닌데 어떻게 주위 사람이 친일일 수 있냐는 식의 발언은 정말 그게 그렇다고 생각해서 한 발언인지 의심이 되었다.) 오늘 나온 사람들처럼 세련되게 이완용에 대해서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정도이고 아직도 논란이 있다(그래서 이런 문제는 학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거나 주장은 단 하나다.

 

'그러니까 하지 말고 이대로 살자'

 

이런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보완하자는게 아니라

 

"왜 이제와서 이걸 꺼내는지 정치적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럼 후손까지 나서서 사죄를 해야 하냐"
"야당총재인 박근혜 대표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꺼내는 것 아니냐"
"실제로 좋아서 친일한 사람이 어디있겠냐"
"공과가 있는데 너무 과쪽만 부각시키는 것 같다"
"그나마 일본이 그렇게 해서 이나마 잘 살게 된 거 아니냐"
"영국의 인도 지배보다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훨씬 온건하고 긍정적이었다"

 

는 식으로 본질을 흐려서 결국 논지도 흐리게하는 여러 말과 말들. 아무리 한나라당을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최근 읽은 [인물과 사상] 제28권에는 고종석씨가 복거일씨가 쓴 친일관련옹호저서 [죽은 자를 위한 변호]를 조목조목 - 앞으로 조목조목 이라는 말을 쓸 때마다 이 글이 생각날 정도로 고종석씨의 글은 차분하면서 울림이 크다 - 따진 "식민주의적 상상력"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과문한 탓인지 친일과 관련된 글 중 이보다 더 논리적으로 친일옹호 논리의 취약성을 따져보는 글을 읽어 본 적이 없다. 친일관련 논리중 내가 가장 짜증나 하는 것 중 하나는 우리사회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친일문제를 계속 이야기했고 그 목소리가 주류를 이뤄왔다는 주장이다. 아니 언제? 우리가 정말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발언이다. 명백한 친일사실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무시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친일청산 논의때문에 무서워 못살겠다는 식의 반응은 무슨 논리인지.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p.s. 복거일은 [죽은 자를 위한 변호]에서 "정치적 관심을 거두고 독립을 꿈꾸지 않으면, 식민지 조선을 그런 대로 살아갈 만한 세상이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XXX 같은 발언이 있나 >.<

 

p.s. 토론회가 더 접입가경이다. 법안반대쪽에 나온 사람이 열을 내면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생활한 사람, 그게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친일의 죄를 묻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 사람 논리대로라면 1910년 경술국치 이후 합병된 이후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많은 독립투사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외계인이 된다.[참고로 1910년 이후 태어난 독립운동가를 찾아 보니 노태준 선생(1911.02.17~1970.02.26)이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국가보훈처 사이트 참조.] 저런 사람 때문이라도 논리학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