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인간은 나무를 종이로 바꾸는 게 문명이라는…
2004/11/05 00:22
"다이애나 황태자비를 다룬 책이 900권이나 되는거 아세요?"
한 캐나다 사람이 내게 물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 나폴레옹, 히틀러가 작품 속에 제일 자주 등장하던 시대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세 명 모두 다이애나 황태자비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인간은 나무를 종이로 바꾸는 게 문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인생을 마감할 즈음에서야 나무는 그냥 나무로 남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하게는 제가 했습니다)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 중에서, 리처드 부스, 이은선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2003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아주 큰 읽는 기쁨을 느끼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할만큼의 감동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재미있기는 했지만 저자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고 - 이건 내가 영국이나 웨일스 지방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 제목에서 짐작한 헌책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삶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위에 밑줄 친 부분은 참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었다. 책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많이 만나온 사람이 한 말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크다는 생각이다.
p.s. 본문에는 "동성애자"를 "호모"라고 일괄적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원래 원본에서 "gay"나 "homosexual"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homo"라고 사용을 해서 어쩔 수 없이 "호모"라고 번역을 했는지, 아니면 번역자나 편집자가 편견을 가지고 "동성애자"로 번역해야할 단어를 "호모"라고 번역했는지 모르겠다. 전자라면 저자의 의도를 살렸다는 것을 내세울 수 있겠지만, 만약 후자라면 번역자와 저자의 편견을 드러낸 무지의 소산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출판사에 문의 메일만 보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