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엄마가 되는 쿠폰
2005/05/08 15:07
"엄마라는 것은 쿠폰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아름답게 펼쳐진 고향의 차밭을 달리고 있던 서른아홉 살의 소녀는 기묘한 말에 현실로 돌아왔다.
"엄마가 되는 쿠폰?"
같은 나이의 친구는 같은 차를 마시면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소노가 모처럼 여자로 태어났으니까 엄마가 되어보고 싶다고 말했잖아. 마치 엄마가 되는 쿠폰을 가지고 있어서 기한전에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
차밭과는 다른 공상의 세계에 그녀도 빠져 있었던 것일까?
"그러니까 도넛 가게 같은 데서 받는 할인권 있잖아. 가게에 가져가면 커피를 싸게 해준다든지 싸구려 경품 같은 것을 준다든지 하는. 그런 것과 같은게 아니야?"
"아이랑 경품을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줘."
"그렇게 나쁜 비유인가? 우리는 암컷이니까 태어나면서부터 엄마가 될 수 있는 쿠폰을 가지고 있어. 생리가 시작되면서 유효기간이 개시되지. 언제 교환해도 좋지만 교환할 의지도 없으면서 경품으로 바꿔가는 사람도 있어. 커피만 마시려고 가게에 들어갔다가 계획에도 없던 도넛까지 사기도 하고. 개중에는 쿠폰을 쥐고 포인트를 모으기에 필사적인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우리 경우는 그 교환기관이 끝나가고 있는 셈이지. 미소노는 초조해서 어디에서라도 좋으니까 아이와 바꿔줄 가게를 찾고 있어."
'반은 농담이지만'이라고 덧붙이려 했던 쿄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반은 진심으로 한 말이 되니까.
[베이비 샤워 ベイビーシャワー] 중에서, 야마다 아카네 [山田あかね], 최선임 옮김, 작품, 2005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여러가지로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임신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탓에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작품인데 가족, 아이, 결혼, 불륜 등등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소재의 대부분은 가족에서 비롯되는데 가족이라는 주제는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샘인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