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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신호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야

flipside 2023. 5. 10. 22:44

2006/07/07 14:29

 

  내가 그렇게 묻는데 차가 신호에 걸려 멈춰 섰다. 작은 교차로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도 앞을 가로질러 달리는 차도 없었다. 아기가 갑자기 액셀러레이터를 밟더니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렸다.
 "빨간 신호였어. 못 봤어?"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알았어. 차도 사람도 없는데 왜 서 있어야 하지?"
 "에?"
 "룰이라서?"
 "응."
 "만일 그 신호를 누군가 조작했다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어떻게 단장할 수 있지?"
 "……."
 원래부터 신호한 놈은 누군가 조작한 게 아닐까?"
 "……."
 "어쨋든 나는 내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 다른 차에 부딫힐 가능성도, 사람을 칠 가능성도 없다는 판단이 섰으니까. 그렇지만 대개 놈들은 그 장면에서도 신호가 파랑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 그게 세상에서 말하는 상식이고, 백 퍼센트 안전을 보장받는 일이고, 또 신호를 무시한다고 누군가에게 비난받지 않을 테니까. 요컨대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귀찮지 않고 편한 거야."
 차가 다시 빨간 신호를 받았다. 이번에는 사람도 있었고 앞을 지나는 차도 있었다. 아기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신호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야. 나카가와는 그 조작을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나와 미나가타, 순신, 가야노, 야마시다는 자신들의 눈과 머리로 올바르다고 판단하면 빨간 신호라도 그냥 건나. 너는 어떡할 거야?"



[SPEED]중에서, 가네시로 가즈키, 양억관 옮김, 북폴리오, 2006




빨간신호를 빨리가라는 말로 알고 있는 운전자들이 보면 뭔소리야 할 대목이지만, 더 좀비스의 사고방식을 설명해주는 한 부분이라서 밑줄. 3부작을 재미정로를 나열하면 [레벌루션 NO.3] > [플라이, 대디, 플라이] = [SPEED].




p.s. 원서표지. 표지도 [레벌루션 NO.3] > [SP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