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의 띠에 있는 안쪽과 바깥쪽의 관계
2007/01/21 17:05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의 띠에 있는 안쪽과 바깥쪽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뜻이죠?"
"일반적인 종이는 안쪽은 끝까지 안이고 바깥쪽은 영원히 바깥이죠. 양쪽이 만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그러나 뫼비우스의 띠는 바깥쪽이라 생각하고 가다 보면 어느새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즉, 안쪽과 바깥쪽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완전한 남자도 없고 완전한 여자도 없지요. 또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는 하나가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은 남성적인 부분도 가지고 있고 여성적인 부분도 가지고 있어요. 당신에게도 여성적인 부분이 많이 있을 겁니다. 트랜스젠더라고 해도 한결같지 않고, 트랜스섹슈얼이라고 해도 여러 부류가 있지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 사진속에 있는 사람만 해도 단순히 여자 육체에 남자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거에요. 나와 마찬가지로 말이죠."
[아내를 사랑한 여자]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이선희 옮김, 창해, 2006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 보고 무작정 고른 책이었는데 원제는 [짝사랑 片想い]입니다.(찾아보니 이 책은 2003년 원제를 따라서 [짝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에 다시 새 제목을 달고 나온 것이더군요.) 제목에서 이야기를 반쯤하고 있지만, 이 작품은 성전환(transsexual, 성동일성장애[GID, 일본에서는 이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것 같습니다])과 관련한 이야기로 추리소설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구분한다면 사회파 추리소설이겠지만, 그러한 추리에 관계없이 읽기에도 흥미진진하고 탄탄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답게, 분량은 많지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후다닥 읽었거든요. 위에 밑줄 친 부분은 책의 주제를 가장 잘 설명한 부분으로, 이 부분을 읽고 어느정도 고개가 끄덕여 진다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시작하기 전에 바로 역자의 말이 있는데, 제목만큼이나 소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책을 다 읽고나서 보시길 권합니다. ^^
p.s. 참고로 작품 출간은 2001년. 일본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2003년이고, 실제 호적정정이 가능하게 된 것은 2004년 7월부터로, 이 책이 이러한 흐름 변화에 어느정도 기여한 것은 아닐지 추측해 봅니다.
p.s. 원서 표지. 역시 뫼비우스의 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