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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무력한 폭력 체험

flipside 2023. 5. 12. 13:24

2007/01/21 17:31

 

"지난 사 십여 년 동안 어쩔 수 없이 사는 듯 한 생존 상태에서 나는 이런 느낌을 갖는다. 살아서 펄떡이던 심장과 마음은 언젠가부터 갉아먹기 시작하여 이미 온전한 곳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 잠식되어 버렸다. 남아 있는 것이라곤 남에게 말 못한 괴로움만 계속 밀려올 뿐이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괴로움을 다른 사람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나만이 느끼는 아픔이다. 잠식 행위는 멈출 줄 모르고 탐욕적이며 사리사욕 넘치는 파괴 과정이다. 생존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번 인내함으로써 그 괴로움을 참아낸다. 이것은 자원해서 참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참는 것이다. 그러나 기회가 닿기만 하면 발산하고 표출하려 한다. 권위를 대표하고 있는 남자 옷을 가위로 찢어놓았다. 이는 여성이면서 어쩔 수 없는 하층민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무력한 폭력 체험이다. 가위로 그 남자의 옷을 자를 때면 사람을 괴롭히는 쾌감, 냉혹함과 잔인함을 느낀다. 동시에 갖은 고초를 겪을 때 내 마음이 느낀 그 참기 어려움을 다시 회상하게 된다. 이렇게 흥분과 발산, 고통의 체함을 반복하는 가운데 느껴지는 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다."


쑨푸롱의 작가의 말, "차이나 게이트전" 팜플렛에서




이 부분을 읽고 작품을 보니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별도 포스트로 옮겨봤습니다. 참고로 작가는 1961년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