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후회막심한 일들뿐이죠
2007/03/01 18:50
"그것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내가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그랬다고."
할머니가 임종을 맞을 당시 병원의 정경이 떠올랐다. 내가 뛰어 들어갔을 때 할머니는 이미 숨을 거두었다. 시즈카는 병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병실에 들어간 건 나 혼자였다. 병실의 흰 벽이 평소보다 더 새하얂게 보였다. '백지 상태로 되돌린다.'고 말할 때의 그 '백지'에 어울리는 '순백'이었다. 할머니와 마지막에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할머님께서는 마지막 가시는 길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말을 전해 준 그 간호사는 어딘가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다. 만약 할머니의 말을 내가 직접 들었더라면 편의점을 터는 일 따윈 없었을 것이다.
"후회막심한 일들뿐이죠."
유고는 나뿐만이 아니라 인간 전반의 일을 돌아보고 하는 말 같았다. ...
[오듀본의 기도] 중에서, 이사카 고타로, 오유리 옮김, 황매, 2006
이사카 고타로의 데뷔작. 추리소설(추리소설이 아닌 것처럼 보이나 신초 미스터리 클럽상을 수상했다니 추리소설임에는 분명 ^^)의 형태를 띄고 있기는 하지만 본토와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던 섬이라는 무대 설정과 말하는 허수아비가 나오는 등 환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마왕]이나 [러시 라이프] 같은 이후의 이사카 고타로 작품에 익숙한 독자라면 조금 생경해 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칠드런]과 가까운 소설이라서 재미있게 읽었지만요. 와~ 너무너무 재미있으니 다들 꼭 읽어보세요~ 라고 말하는 것은 좀 그렇고 팬들이라면 기꺼이 데뷔작을 읽는 기쁨을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p.s. 원서 표지. 국내판 표지도 이뻐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