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러나 어린애가 그런 질문을 하면
2007/04/05 08:45
"아버지."
"왜?"
"우리가."
"싫어?"
여자에게, 나 좋아해?, 라는 질문을 받으면 거짓말이건 장난이건, 응, 하고 대답해줄 수 있다. 처음부터 싫었어, 좋아한 적도 없어,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애가 그런 질문을 하면, 설령 고문을 당한다 해도, 응, 하고 대답할 수 없다. 그렇게 대답할 수 있으려면, 몸속에 피 대신에 절대영도의 액체질소가 흐르고 있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열세 살 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나서 나는 문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여자는 남자가 될 수 없고, 남자는 여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잔혹한 짓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도 여자도, 누구든 반드시 한 번은 어린애였던 시절이 있으므로, 절대로 어린애에게는 잔혹한 행동을 할 수 없다, 만일 전생이란 것이 정말로 있고, 예를 들어 당신이 그곳에서 새였다면, 당신은 새를 쏘거나 새를 새장에 가두어둘 수 없을 것이다. 그와 같은 것이다. ...
[스텝 파더 스텝], 미야베 미유키, 양억관 옮김, 작가정신, 2006
미야베 미유키의 소품 같은 책. 7편의 연작이 묶인 것인데 각 단편마다 간단하고 재미있는 추리기법이 가미되어 있지만 이전 미야베 미유키 작품이 비할바가 아니라 유쾌한 TV시리즈물의 한 에피소드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읽고나면 유쾌히고 따뜻해지거든요. ^^ 뭔 좀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없나~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입니다~
p.s. 원서표지. 만화로도 나온 것 같은데 국내에는 번역 안되려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