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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훔친 것은 여인이 사라지기 전 바로 그 순간입니다

flipside 2023. 5. 12. 20:31

2007/04/21 13:50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프랑스 미술 전시실입니다. 이곳은 마치 길게 내쉬는 한숨처럼 섬세합니다. 신고전주의 천장 아래에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비둘기색 벽과, 회전을 거듭하는 미뉴에트가 펼쳐지는 상감 세공을 한 플로어 그리고 이쪽 긴 벽에 있는, 아름답지만 무거운 새틴 가운을 입고 있는 젊은 여인과 어둠 속에서 몸의 반을 문 뒤에 숨긴 그녀의 젋음 연인. 그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려고 합니다. 여인은 우리를 보고 있지는 않지만, 마치 사슴처럼 긴장하고 있습니다. 골똘히 귀를 기울이면서, 언제라도 옆방의 여인들이 이곳으로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여인은 무슨 소리가 들리면 급히 도망을 치기라도 할 기세입니다. 길고 부드러운 그녀의 몸통은 연인과의 부드러운 임맞춤을 위해 쭉 뻗은 팔과 함께 팽팽하게 늘어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스카프의 투명한 주름 속으로 곧 사라질것입니다.
  프라고나르Fragonard 는 이것을 '훔친 입맞춤The Stolen Kiss'이라고 불렀지만, 남자는 여인에게서 무언가를 훔치는 것이 아닙니다. 훔친 것은 여인이 사라지기 전 바로 그 순간입니다.



[레닌그라드의 성모마리아]중에서, 데브라 딘, 송정은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귀 얇은 제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던 것은 뒷 표지에 있는 이사벨 아옌데의 찬사도 큰 작용을 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첫작품이라서 그랬는지 비범하기 보다는 평범한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과 미술관, 현재 결혼식 이야기를 교차해가며 매끄럽게 직조해 나가는 구성과 부분부분 위에 밑줄 친 부분 같은 그림 설명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보고 나서 에르미타주미술관에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표지만 보면 요즘에 많이 나오는 명화에 얽힌 뒷이야기... 이런 작품이 떠오르지만 한 작품에 깊이 파고드는 그런 소설은 아니니 참고하세요~




p.s. 에르미타주미술관 공식 사이트 : http://www.hermitagemuseum.org/


p.s. 원서표지. 국내표지보다 훨 좋아요~ 책 내용과도 딱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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