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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슈렌은 절대 주민들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flipside 2023. 5. 12. 20:58

2006/12/31 20:58

 

.. 그녀는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아침 여섯 시면 출근하는 맹렬 입법위원이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느라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입법원 회의 안건과 질의 분야에서 외교, 대중국관계, 국내행정, 법제, 여성 등 총 열 건의 안건을 발의할 수 있었던 것도 하루 여섯 시간 이상 자본 적 없이 정말 열심히 연구하고 고민한 덕분이었다. ...
... 그러나 슈렌은 절대 주민들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임을 원하는 입법위원이라면, 항상 선거구에서 표밭을 일구고 다 많은 인맥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슈렌은 경조사 참석만은 한사코 거부했다. 공인으로서 사적인 일에 얼굴을 디밀기 시작하면,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연한 불협화음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주민들 중에는 크게 서운해하면서 다음번 선거 때는 절대로 뽑아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슈렌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녀는 타오위엔 시와 종리 시 두 곳에 사무소를 설치, 운영하고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지역구 표밭 다지기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타이베이에 있는 입법원에서 일하거나 세계각국을 누비고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녀에게는 다음번 당선 보다 대반의 국제적 지위 향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뤼슈렌], 유민주, 은행나무, 2006




현재 타이완 부총통 뤼슈렌[呂秀蓮]의 전기. 외국정치가라서 당연히 번역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설 [대장금]의 작가가 쓴 국내서였다.(책이 나온 것은 7월, 최근에 이 책의 번역본이 타이완에 출간되어 잠깐 뉴스에 나왔었다.) 위에 밑줄 그은 부분은 내가 예전 고등학교때 사회문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뽑히지만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점.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과 친한 마당발 정치인에 대해 비호감인지라 이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책은 당연히 뤼슈렌 부총통에 대한 일대기로 구성되어있지만 읽다보면 타이완 정치사에 대해서도 일부 알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




p.s. 단지 표지의 뤼슈렌이라는 이름의 디자인을 보고 책을 골랐다. 표지 디자인은 이승욱.


p.s. 이 책 읽으면서 갑자기 신정연휴를 타이베이에서 보내자는 열망이 끓어올랐는데, 지진이 나서 시기에 맞지 않게 비행기 표도 구할 수 있어 가라는 신호인가보다~ 했는데 1월에 내야할 신용카드 대금을 생각하고 정신을 차렸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