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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멍청한 아첨꾼이 아니고서는

flipside 2023. 5. 13. 10:56

2007/05/22 13:36

 

... 멍청한 아첨꾼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권력이나 명성 때문에 당신과 사귄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밑바닥에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욕구가 존재한다는 증거다. 나의 권력이나 명성 때문에 점심에 초대한다면 그것은 기분 나쁜 일일 수도 있다. 권력이나 명성은 우리 자아의 진정한 알맹이 바깥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고 영향력이 줄어들어도 우리는 계속 살아 있을 것이며, 어린 시절에 자리 잡은 애정 욕구 또한 조금도 줄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유능한 아첨꾼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상대의 지위와는 전혀 관계없는 부분임을 암시해야 함을 안다. 그래서 으리으리한 차, 신문에 등장한 모습, 회사의 임원 직위는 자신의 깊고 순수한 애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소들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아첨꾼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그의 반지르르한 표면 밑에서 변덕스러움을 감지하고 속물의 무리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운이 좋아 잠시 아슬아슬하게 손에 쥐고 있는 지위가 본질적인 자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


[불안]중에서,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옮김, 2005




1+3 행사로 받은 [불안]을 읽고 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일반명사로 책 제목을 삼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닐 텐데 어쩜 이렇게 얄미울정도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지 감탄이 나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