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에이스도 조커도 모두 내 손안에 있기 때문이다
2007/09/15 22:11
내가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내게서 소중한 걸 빼앗아갔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행위가 자신들의 일방적인 가치관에 의해 이루어졌고, 따라서 그들이 어떤 수치심도 못 느끼고 있다는 데 격렬한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당연한 것이었다고까지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된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참회를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무언가를 요구할 만한 가치조차 없다.
그들이 반격해온다 해도 나는 두렵지 않다. 에이스도 조커도 모두 내 손안에 있기 때문이다.
[11문자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민경욱 옮김, 랜덤하우스, 2007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 붐이라고 할 정도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붐이 일기 한참 전인 2000년 나왔던 [백야행]이 받았던 호응을 떠올려 본다면 참 놀라운 일인 것 같습니다. ^^ 비슷한 사례였던 다른 작가와 마찬가지로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최신작에 대한 발빠른 소개와 함께 작가의 초기작품들이 함께 나오고 있는데, 이 작품 [11문자살인사건] 역시 1987년 작품입니다.(참고로 데뷔작인 [방과후](1985)도 지난 7월 출간 되었죠~) 의문의 죽음을 당한 애인의 미스테리를 해결하려는 여자 추리소설가의 이야기라고 한 줄 요약이 가능한데, 트릭이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은 좀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아마도 범인을 좀 쉽게 눈치챌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실망에 한 몫 거드는 것 같습니다. 초기작품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술술 읽히는 장점은 여기서도 돋보이는데, 사건의 전개가 빠르고 그 다음은? 하는 궁금증이 계속 나서 이번에도 그냥 죽 읽게 되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팬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만, 최고에요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
p.s. 원서와 국내판 표지. 국내판 표지 첨 보고 좀 이상하네.. 했는데 원서표지 보니 이해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