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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베트남참전기념비

flipside 2023. 5. 14. 10:55

2007/11/04 11:19

 

... 마야 린이 제출한 안의 참전기념비의 개념은 고정관념적으로 내려오는 땅에서 우뚝 솟은 상징적인 기념비와는 달리 지면으로부터 아래로 향하며, 조용한 사람들을 끌어내리는 산책로와 같은 경사로를 통해 이동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점점 높아지는 벽면에 전사자들의 수많은 이름을 새겨 넣었다. 의도적으로 작품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시간의 소요를 통해 조용히 사람들의 마을에 전쟁과 죽음에대해 소리 없이 느끼도록 속삭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종전에 지면 위로 우뚝 솟아올라 소리치는 듯 전쟁의 비통함이나 승리를 외치는듯한 기념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전쟁 기념비를 제시하였다. 주변에 서 있는 기존의 기념비적인 모든 건축물들과 상충되지 않으며, 주변의 모든 것을 끌어 안으며, 땅과 공존하며 존재를 강하게 들어 내지 않으면서도 전쟁의 슬픔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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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린은 당시의 회상에서 자신의 안을 설득하기 위한 설명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보냈고 오히려 설계에는 짧은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제안 설명서는 당시 타이핑이나 컴퓨터 프린트가 전문가들의 표현 방식이었으나, 학생이었던 린은 수기로 제출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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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발표 이후 참전용사들 사이에 린의 디자인에 대한 반대운동 단체가 만들어져서 몇 번의 공청회를 거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종전의 기념비와 다르다는 이유와 전쟁에서의 패배를 표현한 작품이라는 이유로 디자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은 작품을 헐뜯기 시작하였고, 이에 반대하여 어린 마야 린은 굽히지 않고 자신의 작품 철학을 관철시켜 드디어 이 작품이 원작대로 만들어지게 된다. 현재는 워싱턴 몰에서 가장 사람받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



"마야 린 Maya Lin", [차이와 차별 - 건축의 존재와 희망], 김혜정, 공간사, 2006




여성과 건축, 그리고 여성 건축가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분량이 많지 않은 책입니다. 르 꼬르뷔제 작품 속의 샤를로뜨 페리앙이나 프랭크 로드 라이트 작품 속의 메리언 마호니, 알바 알토의 부인 에이노 마르시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 이런 현상은 건축이라고 예외는 아니었군요 ㅠㅠ - 선구적인 여성건축가 5명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줄리아 모건, 에이린 그레이, 마가레테 쉬테-리호츠키, 룩스 구이어, 그리고 마야 린. 5명 모두 눈에 띄는 인물이었지만 여러 지면을 통해서 봤던 베트남참전기념비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해서 밑줄 그어봤습니다. 저는 그냥 천재의 작품이라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구요. 마야 린이 여성이라는 점과 어렸다는 점(당시 21살 Orz)도 그러한 반대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네요.


건축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나, 여성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으신 분은 이 책 보시고 궁금증을 많이 해소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아래는 MS 버츄얼 어스에서 찾아본 베트남참전기념비 위성사진. 찾아보기 전까지는 폭이 좁은 형태인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