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line

[밑줄] 세상일이 자기 마음대로 될 리 없지 않은가

flipside 2023. 5. 15. 00:55

2008/05/02 01:27

 

...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생각했는데, 왜 사람들은 상대에게 그토록 많은 기대를 하며 사는 것일까? 근거는 아무것도 없는데, 왜 언젠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세상일이 자기 마음대로 될 리 없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들은 한탄한다. 시시한 일과 쥐꼬리만 한 월급과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함에도, 그 당연한 것에 불평을 늘어놓는다. 더구나 나에게 불평을 늘어 놓아서 어쩌자는 것인가. ...


[여자 길을 걷다] 중에서, 야마모토 후미오, 이선희 옮김, 창해, 2008




제목만 보고는 인생처세서 아닌가 했는데 작가가 [플라나리아]를 쓴 야마모토 후미오인 것을 보고 재미있겠구나~ 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1967년~2027년까지 10년을 단위로 화자가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라 다음 편은 누가 주인공이고 어떤 전개가 기다리고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평범한 가족으로 보이"는 주인공 가족의 비밀("진실을 말해주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다")이 밝혀지는 첫번째 소설부터, 지금부터 20년 지나면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마지막 2027년의 이야기까지 어느 한 편 쉽게 지나칠 수 없었거든요. 한 줄로 요약하면 세 여자 주인공(엄마, 나, 딸)들이 마치 운명에 이끌린 것처럼 일상을 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선다... 정도겠지만, 어떻게 이런 많은 이야기를 300페이지 조금 넘는 책 1권에 다 담았을까 싶을 정도로 크고 작은 선택과 사건, 만남과 헤어짐이 등장하기 때문에 드라마로 만들면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긴 아침드라마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도 그렇지만 여자분들이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는 소설이었어요. 와! 이거 최고에요~ 다들 재미있어하실거에요~ 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고 야마모토 후미오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설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권하고 싶습니다. ^^;;;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제목 짓는 데 고민 많이 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