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line

[밑줄] 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게 된다면 나이를 먹어도 괜찮아

flipside 2023. 5. 15. 00:58

2008/05/11 01:45

 

  우리는 번갈아가며 요리를 칭찬했고, 맥주를 마셨다.
  야마자키 씨와 누나는 각각 큰 병을 하나씩 비웠고, 나는 건배한 맥주 한 잔을 간신히 다 마셨다.
  마침 세 사람의 컵이 동시에 비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매실주를 마시기로 했다. 누나가 작년 날짜가 씌어 있는 밀봉용기를 부엌에서 가지고 왔다. 담근 지 일 년 된 것인데 처음으로 여는 것이라고 했다. 빙수에 시럽을 끼얹을 때 쓰는 도구로 매실주를 떠서 세 개의 컵에 담고는, 그것을 각각 얼음과 물로 희석하고, 또 한 모금 마시고는 맛있네 맛있어 하고 입을 모았다.
  "근데 말이야. 이렇게 솜씨 좋게 맛난 술안주를 만들 수 있게 되고 매년 매실주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은, 그러니까 나이를 먹었다는 소리이기도 하겠지?"
  야마자키 씨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건 그래. 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게 된다면 나이를 먹어도 괜찮아."
  "하긴 그럴지도 몰라. 소주를 콜라에 희석해서 마시고 팝콘을 안주로 먹었던 시절로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이력서] 중에서, 나카무라 코우, 현정수 옮김, 2007




개인적으로 희미하게 결말을 내거나 설명이 부족한 영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 저는 애매하게 뭉개는 식의 설정이나 결말은 작가 역량 부족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 - 이 정도는 좋군~ 하면서 읽었습니다. 위에 밑줄 그은 부분처럼 곰곰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밍밍한 음식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담백한 맛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저는 담백하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집니다.




p.s. 이제는 소주에 써니텐이나 콜라가 아니라 맥주를 섞어 마시게 되었고 ㅡ.ㅡ 기본안주로 나오는 팝콘은 여전히 더 달라고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p.s. 번역본, 원서표지(마지막것이 문고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