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일정한 나이에 다다르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인물이 될 수 있는지 한계를 자연히 알게 된다
2008/05/21 12:01
이 세상에 배우 휴 그랜트를 둘러싼 진지한 토론이 하나 존재한다면 아마 타이프 캐스팅(한번 굳은 이미지로 비슷한 역할에 계속 캐스팅되는 방식)과 장르적 한계에 관한 논란일 거다. 하지만 휴 그랜트는 특별히 살인마 연기를 하고 싶어서 불면증에 걸린 것 아니며 자신은 스테레오 타입의 사슬에 묶여 고통받는 위대한 배우도 아니라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일정한 나이에 다다르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인물이 될 수 있는지 한계를 자연히 알게 된다." 그렇게 직업적 야심이 소박해서 좋은 배우가 되겠냐고 혀를 차면 그랜트는 이렇게 응수한다. "수많은 인간이 타고난 소명이 아닌 일로 먹고살지만, 여전히 최선을 다하며 때로는 제법 능숙해지기도 한다. 우리 아버지도 특별히 카펫을 사랑하진 않으셨지만 팔아치우는 데에는 훌륭한 솜씨를 발휘하셨다."
[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 중 "네 가지 키워드로 읽는 휴 그랜트의 매력" 중에서, 김혜리, 강, 2007
나이가 들다보니 이런 답변에 동감을 하게 되네요. 이미 저는 한계를 알게 된 듯 ^^
책은 중간 중간 맘에 드는 부분만 골라서 읽고 있는데, [씨네21]을 사서 읽지 않고 cin21.com 사이트에 접속도 잘 안하는 사람이 김혜리 기자 글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걸가요? O.O (하지만 김혜리 기자가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 다행이라는 생각 ^^) 표지도 맘에 드네요~

p.s. 그나저나 휴 그랜트는 [노팅 힐]에서 가장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