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회사, 그만두고 뭘 하려고?
2008/06/07 11:20
"회사, 그만두고 뭘 하려고?"
겐지가 물었다.
"키리바시 공화국으로 이주하려고요."
"키리바시? 어딘데, 거기가?"
"날짜 변경선 남쪽 섬이에요. 세기가 바뀔 때 그곳 대통령이 '우리가 맨 먼저 21세기로 들어갔다.'고 선언해서 그리니치 천문대와 언쟁이 벌어졌다고 해요."
"흠……."
대체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리조트로 개발되지도 않은 최후의 낙원이지요."
"난 싫어. 네온사인도 재즈도 없는 나라는. 일본도 도쿄 외에는 살고 싶지 않아."
"요코야마 씨는 아마 지겨워하겠지요."
미타는 아득한 눈길로 그렇게 말했다. 여태껏 본 적이 없는 타입이다.
[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양억관 옮김, 2007
읽고 나서 초기작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원서가 나온 것이 2006년이고 영화화도 되었더군요. 이 소설 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 소설이 [마돈나]였는데 하나는 장편이고, 다른 하나는 단편집이라 두 작품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둘 중에 어떤 것이 어떤 것이 재미있냐고 물으면 당연 [마돈나]라고 대답해야 겠네요.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없느냐... 그런 건 또 아닙니다. 주인공 3명 각각의 캐릭터가 잘 잡혀 있어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나고, 돈의 행방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잘만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그래서 당연히 영화화된 듯) 마지막 장면 처리도 맘에 들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전에 오쿠다 히데오 소설 읽으면서 혼자서 킥킥 거리며 웃거나 박장대소 할 만한 장면이 없다는 점 정도인데, 제가 오쿠다 히데오 소설에서 기대하는 것이 그런 것이라서 그런지 아쉬움이 컸던것 같네요. 아래는 영화의 한장면~ 딱 상상했던 대로 인물들이 나와줘서 좋네요. ^^

p.s. 번역본과 원서표지들. 마지막 원서표지가 더 맘에 드네요~



p.s. 추가로 책 읽고 찾아본 키리바시에 대한 정보 : 키리바시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 외교통상부 국가정보DB 키리바시 공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