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동경하는 것에는 잔혹한 덫이 도사리고 있다
2008/08/13 01:02
... 동경하는 것에는 잔혹한 덫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부족한 점, 상반되는 조건을 동경한다는 결정적인 모순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동경했던 그 모습이 그대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소이치는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
[천사의 잠] 중에서, 기시다 루리코, 오근영 옮김, 대교베텔스만, 2008
"13년 전 격렬히 사랑했던 여인과의 우연한 만남. 그녀 주위에서 의문에 싸인 채 죽어간 남자들. 지금까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라는 뒷표지의 카피가 흥미를 끌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 여인이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고 거기다 작가가 파리제7대학 이학부를 졸업했다는 것까지 겹치면서 의학 미스테리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의학 미스테리라고 하기도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후반부의 반전이 있지만 (이미 그보다 더한 반전에 익숙해 있는 독자들이)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고, 실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이치가 어정쩡한 모습(탐정도 아니고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약한)을 보이는 것이 아쉽지만, 많은 사건과 한가지 만으로도 소설이 될만한 여러 추리적인 요소들을 적절하게 잘 배치해서 솜씨있게 엮어나가는 모습은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속도감 있는 전개의 추리소설도 좋지만 이렇게 천천히 진행되는 추리소설도 재미있어서 다른 작품이 번역되면 다시 접하고 싶네요. 팽팽한 긴장감은 덜한 소설이니 그런 것을 기대하시는 분은 참고하세요.
p.s. 뒷표지에 "제14회 아유카와 데츠야상을 수상한 장편 미스터리!"라는 문구가 있는데, 실제 제14회 아유카와 데츠야상을 수상한 장편 미스터리는 저자의 다른 소설인 [밀실의 레퀴엠 密室の鎮魂歌]이더군요. "제14회 아유카와 데츠야상을 수상한 작가의 장편 미스터리!"라고 했어야하는데 "작가의"가 빠졌네요. ^^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번역본 표지가 볼수록 매력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