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손톱은……?
2008/10/01 23:55
"또…… 꾼 거야?"
세준의 물음에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손톱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하지만 차마 내려다볼 용기가 없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왼손을 조심조심 더듬어보았다. 손끝이 왼손 중지에 닿는 순가, 소름 끼치도록 날카로운 통증이 일었다. 손을 더듬어 내려가는 내 시선은 떨리고 있었다. 아니기를 바랐다. 이번만은 아니기를, 내 짐작이 틀렸기를……. 그러나 여지없이 왼손 중지의 손톱이 빠져 있었고, 손톱이 있던 자리에는 전날 약지와 마찬가지로 빨간 손살이 드러나 있었다. 생손톱이 빠진 자리에서 검붉은 피가 느릿느릿 괴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핸드백에서 티슈를 꺼내 손톱이 빠진 자리를 지그시 짓눌렀다. 죽고 싶도록 끔찍한 통증이 손톱 빠진 자리에서 아우성쳤다. 나는 비명을 터뜨렸다. ...
[손톱]중에서, 김종일, 랜덤하우스, 2008
누군가에게 빙의된 자신이 죽는 악몽을 꾸는 주인공. 악몽을 꾸고 나면 손톱이 빠집니다. 꿈은 계속 되고 하나씩 손톱이 빠지고... 왜 주인공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손톱 10개가 다 빠지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처음 책을 펴 든 것이 저녁 무렵이어서 새벽까지 읽으면 다 읽을 수 있었겠지만 - 술술 잘 읽힙니다~ - 혹시 꿈에 나타날까 무서워서 잠깐 덮고 안전한 ^^ 출근길에 나머지 부분을 다 읽었습니다.(예전에 [검은집] 밤에 읽은 이후 가급적 무서운 소설은 밤에 읽는 것을 피하고 있어요. ㄷㄷㄷ) 그냥 눈으로 쭉 읽어나갈 때는 좀 덜했지만 이렇게 손톱이 빠지는 고통을 그린 부분을 옮겨적다보니 묘사가 생생한 편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는 후반부가 좀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다행히 맨 마지막 부분은 기대이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서 좋았습니다. 첫장부터 시작해서 중간 중간 폭력적인 묘사의 강도가 센 부분들이 많아서 "우앙 재미있으니 무조건 읽으세요~"하고 권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 가위 잘 눌리는 분에게 권했다가는 한 소리 들을 듯 - 공포소설에 관심있는 분에게는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장편이라는 점과 단편집이라는 차이는 있겠지만 작가의 이전 작품 [몸]보다는 [손톱]이 훨씬 좋으니 [몸]을 읽으셨던 분들은 참고하세요~
p.s. 표지도 무척 인상적입니다~

p.s. 작가분도 이글루스에 이글루를 갖고 계시네요. 최근 포스트를 보니 8월에 [손톱] 2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짝짝 : http://jongil.eglo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