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대체 사람은 언제쯤이나 연애와 사랑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2008/10/26 23:03
... 사랑에 나이가 상관없다는 것쯤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고향에 계신 할머니도 그 연세에 결혼하겠다고 한다. 그것은 정말로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리리코와 아사노 강가에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연애든 결혼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는 말까지 주고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머릿속에 흐릿한 뭔가가 남아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한숨을 지을 만한 우울한 것임에는 분명했다.
그것이 지금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듯했다.
연애나 사랑 따위는 일정한 연령이 되면 졸업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는 시기, 그런 것을 잊어버릴 때가 분명히 올 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이젠 연애도 사랑도 필요없어. 그런 게 없어도 외롭거나 불편하지 않아. 혼자 속 편히 살고 싶어. 빨리 그런 시기가 왔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어느 때고 사람은 누군가를 원하고, 사랑하고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존재인 것 같다.
새삼스레 그런 사실을 깨닫고 유키오는 낙담했다. 대체 사람은 언제쯤이나 연애와 사랑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
[사랑해도 사랑해도]중에서, 유이카와 케이, 김성기 옮김, 이레, 2007
[어깨너머의 연인]과 [백만번의 변명]으로 이제는 줄거리를 떠나서 작가 이름만 보고 그냥 읽게 되는 유이카와 케이의 작품. 다른 작품, 특히 [매리지 블루] 처럼 대조적인 두 여성(이번 소설에서는 피가 섞이지 않은 자매 리리코와 유키오)이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점과 혈연이 아닌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번역의 힘도 있지만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쭉 흘러가는 것이 술술 읽히는 소설은 이런 것이군 하는 생각을 들게 했구요. [백만번의 변명]보다는 짜임새가 좀 헐겁다는 느낌이 드는데, 분량이 적은 것도 한 이유였던 것 같고, 부부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과 28살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의 차이가 그런 느슨함을 가져온 게 아닌 가 합니다. 유이카와 케이의 작품 중 최고에요! 하고 권하기는 어렵지만, 처음 작가를 접하시는 경우거나 저처럼 팬인 분들에게는 즐겁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p.s. 원제는 [恋せども、愛せども]. 번역본 표지는 좀 심심한 편



p.s. 표지찾다 알게 되었는데 TV영화로도 만들어졌네요. 유키오는 하세가와 교코가 리리코는 쿄노 코토미가 맡았네요. 공식사이트 : http://www.wowow.co.jp/dramaw/koi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