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안녕. 너희들과는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겠지. 무식한 나를 용서해다오
2009/10/20 13:37
... 다음 날, 나는 강의가 끝난 후 도서관에 가서 영화에 관계된 책이 꽂혀 있는 서가 앞을 어슬렁거리며 한 시간을 보냈다. 영화 작품론이 대부분이었다. 필름이나 영사기, 영사 기사등의 잡학을 다룬 책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로마의 휴일]에 관한 책이나 읽어볼까하고 몇 권 들춰보았지만 [로마의 휴일]이란 제목이 실려 있는 책은 한 권도 없었다. 나는 물론 내 주위 사람들도 아무도 보지 않았을 영화가 주로 다뤄져 있고, 게다가 '성역'이니 '에토스'니 '르상티망'이니 하는, 뭔가 뭔지 모를 용어로 설명되어 있었다.
'안녕. 너희들과는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겠지. 무식한 나를 용서해다오.'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서가를 떠나 도서관에서 나왔다. 시간이 조금 남아, 생협 책방에 들어가 잠시 서가를 들여다보았지만, 내가 찾는 책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
"사랑의 샘" 중에서, [영화처럼], 가네시로 가즈키, 김난주 옮김, 북폴리오, 2008
5권의 단편이 모두 재미있지만 마지막 단편인 "사랑의 샘"에서 한 부분 옮겨보았습니다. 가네시로 가즈키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잘 나타난 부분이라서요. 주인공의 대사가 [GO] 같아요. [GO]에보면 주인공이 여자친구랑 미술관 가서 달리 그림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의 표현도 위의 밑줄과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 할아버지와 사별한 지 1년이 되는 할머니를 위해 가족들이 합심해서 할아버지와 보았던 [로마의 휴일] 상영회를 구민회관에서 여는 이야기인데, 이 [로마의 휴일] 상영회가 각기 독립된 이야기로 읽히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느슨하게 연결시켜주는 고리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품의 중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네시로 가즈키 이전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이라면 역시나 즐겁게 읽을 실 수 있을것 같아요. 참고로 아래 각 단편의 제목이 된 영화를 정리해봤습니다.
- 태양은 가득히(Pein soleil)
- 정무문(精武門)
- 프랭키와 자니(Fankie & Johnny or True Romance)
- 페일 라이더(Pale Rider)
- 사랑의 샘(Three coins in the Fountain)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마지막 사진은 원서의 내지 사진이라네요.[출처] 멋져요~



p.s. 르상티망이 뭔지 찾아봤어요. 어려운 단어더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