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네 개의 'P'보다 네 개의 'F'
2010/02/05 10:02
과거 동독이었던 드레스덴에 사는 한 친구의 말을 들어보자.
"예전에 직장은 습관적으로 그냥 가는 곳이었지 반드시 뭔가를 하는 장소는 아니었어요. 필요한 부품이나 도구가 없어서 효율적으로 일을 못할 때도 많았죠. 여하튼 고객들은 기다리는 것에 익숙했고, 우리는 일을 하건 안 하건 같은 급료를 받았습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내 표정을 눈치 챈 친구가 머쓱해하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옳다거나, 그런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그때는 가족 Family, 친구 Friends, 축제 Festivals, 즐거움 Fun을 위해 쏟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는 잠깐 안타까운 미소를 지어보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윤 Profit, 실적 Performance, 보수 Pay, 생산성 Productivity이 전부인 것 같아요. 가끔은 네 개의 'P'보다 네 개의 'F'가 절실하게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도대체 무서을 위한 걸까요?"
[텅 빈 레인코트] 중에서, 찰스 핸디, 강혜정 옮김, 21세기북스, 2009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축제 Festivals 대신에 다른 F가 들어 가는 것이 맞을 것도 같네요. 찰스 핸드의 책은 2번쨰인데 경영서적의 알랭 드 보통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어요. ^_^
p.s. 제목인 텅빈 레인코트는 Minneapolis Sculpture Garden에 있는 주디스 셰어 Judith Shea의 [무언 Without Words](1988)을 보고 생각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