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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타인을 평가하고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flipside 2023. 5. 18. 19:37

2010/08/23 22:05

 

 ... 기묘하게도, 그녀 혼자 말하고 있는데도 독자는 그녀의 증언에서 꺼림칙한 기운을 느낀다. 자기방어와 자기선전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간파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타인을 평가하고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자신을 평가하고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오야 히로코, [우행록]의 해설 중에서, 누쿠이 도쿠로, 이기웅, 비채, 2010




등장인물 6명의 목소리로만 전개되는 소설입니다. [고백]이나 [속죄]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우행록]은 독특하게 그 목소리들 중간 중간에 5~6page 분량으로 누굴까? 하는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의문의 인물이 오빠에게 말하는 목소리도 짧게 섞어 놓았습니다. 또 한 명 한 명 화자가 바뀔때 마다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 보여주는 것은 사전 전체의 큰 그림이라는 점도 차이가 있구요. 표지의 "압도적인 반전"에 해당하는 부분은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까? 누가 이들을 살해한 걸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전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교묘한 구성에 있다고 봤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곰곰 되짚어 보니 각 등장인물에게 주어진 역할, 등장인물의 직업, 이야기 전개방식, 에피소드 배치의 정교함이 훨씬 크게 느껴지더군요. 감탄했습니다. 제135회 나오키상 후보작인데 전반적으로 심사평은 부정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선 증후군 시리즈나 [통곡]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 (참고로 당시 수상작은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과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였습니다. ^^)




p.s. 중간 중간에 와세다대학과 게이오대학이 언급되면서 소설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속설이라며 "와세다 출신은 거칠지만 게이오 출신은 스마트하다"는 말도 나오는데, 대학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나라나 있나봐요. ^^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