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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만약에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리라면

flipside 2023. 5. 18. 19:52

2011/04/14 13:36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
  백이와 숙제는 착한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이처럼 어진 덕망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했어도 굶어 죽었다.
  또한 공자는 제자 일흔 명 중에서 안연顔淵만이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하였다. 그러나 안연은 늘 가난해서 술지게미와 쌀겨 같은 거친 음식조차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끝내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복을 내려 준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춘추시대 말기에 나타난 도적 도척盜蹠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간을 회쳐 먹었다. 잔인한 짓을 하며 수천 명의 무리를 모아 제멋대로 천하를 돌아다녔지만, 끝내 하늘에서 내려준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다. 이러한 것들은 그런 사례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호강하며즐겁게 살고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사실은 나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만약에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리라면, 이것은 과연 옳은가? 그른가?



"백이열전"중에서, [사기열전] 1권, 사마천, 김원중 옮김, 민음사, 2007




사놓고 제대로 읽지 않은 책이 부지기수지만 -_- 그래도 하나씩 읽어야지.. 하면서 잠자리 머리맡에 두고 조금씩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기열전]도 그 중 하나인데, 최근 세가도 샀고, 본기로 사려는 참이라, 열전을 맘내키는대로 건너띄면서 읽다가 최근에야 첫번째 편인 "백이열전"을 읽게 되었습니다. 2,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도, 그리고 그 이후 이 책을 읽었던 사람도, 현재를 살고 있는 나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생각했군! 하면서 감탄하게 되는데 이런 것이 고전을 읽는 즐거움인 듯합니다. 그나저나 이런 속도로 읽다가는 열전 읽는데도 1년이 걸릴 듯 Orz




p.s. 자켓표지가 멋있어요. 세가, 본기도 통일되어 있어서 더 좋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