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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어떤 것들은 결코 설명할 수 없다

flipside 2023. 5. 18. 20:03

2011/05/21 10:55

 

... 어떤 것들은 결코 설명할 수 없다. 그저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다. 그러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문득 뒤돌아보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거나(보통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혹은 전과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문학이 주는 위로는 일시에 불과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다시 시작된다. 굳이 곰곰이 따지려 들거나 설명하려 들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치를 모르는 사람이나 이를 인생의 원칙을 삼지 않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일보다 곤혹스럽고 짜증 나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


... "그럼 뭐가 문제지?" 문득 지금까지 살면서 나를 스쳐간 여자들에게 이와 비슷한 질문을 얼마나 많이 던졌는지 궁금해졌다. 이를테면 뭘 생각해? 왜 그렇게 말이 없어? 오늘은 이상하게 달라보이네? 뭐가 문제지? 같은 질문 말이다. 이런 질문들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내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며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양보라도 해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이마저도 어렵다면 그럴 수 없는 이유를 내게 충분히 설명해줘야 함은 물론, 그럼에도 가급적이면 내 뜻대로 행동해주길 원한다는 뜻이다. ...



[스포츠라이터] 중에서, 리처드 포드, 박영원 옮김, 문학동네, 2009




아직 5월이지만 내가 뽑은 올해의 최고로 충분히 꼽을만한 소설. 주인공 남성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 여성 독자들은 어떻게 이 책을 받아들일지 궁금~




p.s. 표지도 인상적. 아래쪽 골프치는 모습의 원서표지 2개가 번역본 표지랑 넘 다르지만 소설 내용이랑 관련이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