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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교묘한 속임수

flipside 2023. 5. 18. 20:08

2012/12/02 14:12

 

... 와일리는 워싱턴에 입성하자마자 연구소를 설립하고 당시 미국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식품에 사용되고 있던 불순물을 비난하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연구실에 처박혀 숯이 함유된 후추와 치커리, 도토리와 씨앗을 섞어 부피를 늘린 원두커피 등을 적발했다. 포도당, 인공 착색제와 약간의 소금을 섞은 후 딸기 씨와 비슷한 건초 씨를 넣어 만든 '딸기잼'을 적발했을 때는 특히 분노했다. '이와 같은 교묘한 속임수는 미국에 천혜의 자연을 제공해 준 신에 대한 모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중에서, 하비 리벤스테인, 김지향 옮김, 지식트리, 2012





20세기 초 미국 연방정부 농무부 화학국장을 지낸 하비 와일리의 이야기. 음식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은 시대, 국가를 막론하고 어디든 있었다는 사례인 것 같아서 밑줄. 제목만 보면 문화적, 지역적 음식 금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9세기~21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고 이를 활용해서 짭짤한 수익을 챙긴 사람들과 이들의 이해관계를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통해 적나라하게 폭로"한 책입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메치니코프의 '생명 연장의 꿈'이라던가 우유, 유산균, 소고기와 광우병, 슈퍼박테리아, 비타민 열풍, 지방과 콜레스테롤 등에 대한 이야기라서 쉽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각 장이 짧게 짧게 끊어지면서도 이야기가 계속 연결되는 구조라 부담도 없었구요. 맺음말에는 식품 공포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이 나오는데 꼭 이 경우만 적용해야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번 더 밑줄~


... 그렇다면 외부에서 형성되는 이러한 식품 공포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식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발표될 때 '누가 이익을 얻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책의 본문에도 소개됐듯이 '누가'에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물론 식품 공포를 이용해 상당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식품업체들일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들의 역할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천 명의 전문가 들이다. 이들은 자칫 간과하기 쉽지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할 대상이다. 과학자들은 식습관과 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냄으로써 연구비를 계속 지원 받을 수 있고, 공공 비영리 기관에 소속된 선의의 사람들은 위험한 식습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존재 의의를 부각시킬 수 있다. 내 아버지께서 자주 말씀하셨던 것처럼 숭고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도 '먹고살기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