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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다음 중 유신시절 시행된 긴급조치의 내용에 해당하는 것은?

flipside 2023. 5. 19. 19:08

2011/11/05 09:46

 

다음 중 유신시절 시행된 긴급조치의 내용에 해당하는 것은?


①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을 제안하는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위와 같은 규정(긴급조치)을 비방한 자도 역시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학생이 부당하게 출석이나 수업 또는 시험을 거부하면 사형에 처할 수 있다.
④ 고려대 교내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정답은 ①번부터 ④번까지 전부다. 아직도 일부 매체가 신화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상당수 사람들이 '경제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국민의 자유를 일부 제한했지만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지도자'가 이끌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는 박정희의 유신시대는, 그러나 수업을 빼먹는 학생을 사형시킬 수 있다는 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암흑의 시간이었다.


법조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학생의 부당한 이유 없는 출석·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 학교 관계자 지도·감독하의 정당한 수업·연구 활동을 제외한 학교 내이의 집회·시위·성토·농성 기타 일체의 개별적·집단 행위를 금한다. (…) (이 조항을) 위반한 자 및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1974년 4월 3일 시행 대통령 긴급조치 4호 5항)


유신시대의 엄혹함을 단지 장발이나 미니스커트를 단속당하지 않으려 도망 다니는 젊은이와 자와 가위를 든 채 쫓아다니는 경찰관이 숨바꼭질을 벌이는 낭만적인(!) 풍경으로만 떠올리는 사람은 실제로 수많은 사람을 감옥에 보낸 긴급조치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유신의 추억"중에서, [확신의 함정], 금태섭, 한겨레출판, 2011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라는 부제의 책. 실제 사례들과 문학작품을 연결시켜가면서 - 예를 들어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당한다'라는 첫번째 이야기는 존 그리샴의 [가스실]과 연결 -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언급된 작품을이 이미 읽어 내용을 잘 알고 있을 때는 "이 내용이 이렇게 연결되는군!"하고 술술 읽히고, 안 읽은 소설이 나올 때는 "오 이 소설이 이런 내용이었군!"하고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위의 밑줄은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과 함께 나오는데 긴급조치와 함께 찾아읽어볼 작정입니다. 금태섭 변호사는 소설가가 꿈이라는데 꼭 소설을 썼으면 좋겠네요. 기대됩니다. :-)




p.s. 위키문헌에 긴급조치 전문이 올라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