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 14

소설의 첫 문단 (4)

2011/04/12 23:20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에 아버지가 충고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이래로 그 말씀을 마음 속에 되새겨 왔다. -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이만식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이 냉장고의 전신은 훌리건이었을 것이다. - 카스테라, 박민규, 문학동네, 2005 "외할아버지, 시간 없어요!" 내가 소리쳤다. "우리 오늘 저녁에 축하파티 할거예요." 외할아버지가 손을 흔들었다. 내 말을 듣지는 못한 것 같았다. 외할아버지는 다른 노인들과 볼링을 치고 있었다. 외할아버지의 죽마고우도 몇 명 섞여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공을 굴릴 차례였다. 외할아버지는 공을 가슴에 안고 까만 출발선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무릎을 구부려 포즈를 취하자 바지 끝..

underline 2023.05.18

소설의 첫 문단 (3)

2010/12/18 12:52 겨울, 밀라노. 조용한 교외의 가로변에 값비싼 차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가로수 뒤편의 커다란 건물 안에서 수업 종료의 벨 소리가 희미하게 퍼져나왔다. 그리고 몇 분 후 겨울 바람을 막아내기 위해 외투 깃을 올린 어린애들이 계단을 재빨리 달려내려와 대기중인 차들 쪽으로 달려갔다. 차는 히터를 오해 전부터 틀어놓아 따뜻한 상태였다. - 크리시1-불타는 사나이, A. J. 퀸넬, 이종인 옮김, 시공사, 1999 수많은 세월이 흐른 후 총살대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얼음 구경을 나섰던 그 아득한 오후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 시잘의 마콘도는, 선사시대의 공룡알처럼 거대하고 매끈한 흰 돌들 위로 투명한 물이 세차게 흐르는 강변을 따라, 스무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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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문단 (2)

2010/11/11 23:29 마이어 랜즈먼이 자멘호프 호텔에 투숙한 지도 어느덧 9개월이 다 되었다. 용케도 그동안은 이 호텔 투숙객 중 누구도 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누군가가 208호 투숙객, 자칭 에마뉴엘 래스커라는 유대인의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 놓은 것이다. - 유대인 경찰연합, 마이클 셰이본, 김효설 옮김, 중앙북스, 2009 1863년 5월 24일 일요일, 나의 삼촌인 리덴브로크 교수는 함부르크의 옛 시가지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동네인 쾨니히 가 19번지에 있는 작은 집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아왔다. - 지구속 여행, 쥘 베른, 김석희 옮김, 열림원, 2002 볼수록 신기한 광경이다. 이곳 4층 베란다에서는 고슈 가도(甲州街道)가 눈앞에 내려다보이는데, 하루에 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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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문단

2010/07/24 12:13 "완벽한 문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대학 시절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작가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내가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인데, 적어도 그 말은 나에게 어떤 위로가 되어주었다. 완벽한 문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김난주 옮김, 열림원, 1996 쌍돛대 유람선 호의 돛은 펄럭이지 않았고 배는 닻에 내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멎었다. 조수는 이미 밀려들고 있었는데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그래서 강 하류로 내려갈 예정이었던 배는 정박한 채 조수가 썰물로 바뀔 때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 암흑의 핵심, 조셉 콘래드, 이상옥 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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