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4 13:33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시사회 이벤트를 노리고 응모도 해봤던 - 물론 떨어졌지요 ㅠㅠ - [밀양]을 오늘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영화가 전하려는 이야기는 좀 더 생각해야 할 것 같지만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의 흡입력과 배우들의 연기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도연(신애역)은 연기를 너무 잘해서 - 베스트 장면을 뽑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 - 논외로 치더라도 송강호(종찬역)의 연기는 눈부시더군요. "이런 사랑도 있다"는 카피를 보면 이 영화는 신애의 영화가 아니라 종찬의 영화라는 생각도 듭니다. 엉엉 울 줄 알고 갔는데 예상외로 재미있는 장면도 많아서 놀라기도 했구요.
보고 나서 예전에 없어진 동아극장에서 [초록물고기]를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보고 나서 한숨을 쉬면서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면서 먹먹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먹먹하긴 했지만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상처와 절망, 구원, 용서 등 영화가 이야기하는 주제가 간단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장면의 느낌이 그런 차이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고 불만이셨던 분들~ 다들 기쁜 마음으로 극장으로 달려가시길 바랍니다. ^^)/
p.s. 이번이 4번째 작품이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으나 이창동 감독은 배우의 재능을 최대치로 뽑아내는 능력이 있나 봅니다. 주연 조연 한 명 한 명 다들 그렇게 연기를 잘 하다니... 그런데 아래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우리 같은 범인들은 어쩌라고 흑흑 Orz
“그런데 말이야. 내가 장관 하더니 좀 변하긴 변했나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아. 내 안에. 현장에서도 불편해. 아주 괴로워. 내가 뭔데 이 사람들을 이렇게 괴롭히며 닦달하는가. 내 부족한 능력으로 이 사람들의 노동을 착취할 자격이 있나, 나한테. 뭐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이지. 밀양에서 촬영할 때 명절이라 대다수 스탭들이 서울 올라간 적이 있었어.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조명부 조수가 있더라고. 불러서 겸상을 하는데 그 스탭이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한 마디 해. ‘감독님, 자신감을 가지세요.’ 내가 자신이 없어 보였나봐. 현장이 고통스러웠으니깐. 겉으론 요령이 붙어 어땠는지 몰라도 여전히 고통스러워. 이런 심정을 동료 감독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지. 그도 예전엔 그랬는데 요즘엔 현장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거야. 그 말은 완전히 이해가 가더라고. 나도 언젠가 그럴 수 있을지 몰라. 지금은 아니야.”
[밀양]으로 영화계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요즘 생각, [필름2.0], 2007년 04월 06일
p.s. [밀양] 홈페이지 게시판에 "내용의 반이 특정 종교의 찬양하는 내용이네요"하는 게시물이 있는데 답변은 "영화 눈감고 보셨소" 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교회 안댕기는 사람이 이 영화 어떻게 보라고... 하는 식의 게시물은 이해가 잘 안갑니다.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