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2 00:30

사극 영화라면 무척 재미있게 보는터라 [궁녀]도 볼까말까 하는 고민없이 봤습니다. 예고편을 통해서 대강의 줄거리는 예상을 했지만 생각보다 (불필요하게) 잔인한 장면(손톱, 바늘... 하면 뭔가 떠오르시는게 있지요 다들... 덜덜덜)이 많아서 - [혈의 누] 처럼 -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한 내의녀 천령(박진희)의 활약을 보여주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이러한 기운은 급속도로 귀신나오는 공포물로 전환됩니다. 이 지점에서 아마 이 영화의 호불호가 갈라질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좀 더 뒤틀린 미스테리에 천령 같은 우직한 탐정의 모습을 끝까지 볼 수 있었으면... 했거든요.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출연진의 연기가 매끄러워서 영화보는 재미는 쏠쏠했습니다. 가끔씩 괴력을 발휘해서 간간히 웃음을 나오게 했던 박진희의 연기는 충분히 배역에 어울렸고, 희빈역의 윤세아, 월령역의 서영희, 벙어리 궁녀 옥진 역의 임정은 등 모두 자기 몫을 충실해 해냈습니다. 감찰상궁으로 나온 김성령과 심상궁역의 김미경, 천상궁 이용이가 눈에 들어왔는데 탄탄한 조연들만 있어도 영화가 이처럼 안정감 있게 흘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기담]에서 원장으로 나왔던 예수정이 대비역을 맡았는데, 그동안 사극에서는 못보던 대나무 머리장식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궁녀들의 세계가 학교랑 비슷한 구석이 있으니 [여고괴담]같은 시리즈물로 나와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의 국상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너무 조금만 나온 것이 좀 아쉽더라구요. 아래 스틸컷 한 장 더 올립니다~

p.s. 조선왕조실록에서 "궁녀"라고 검색하니 637건의 검색결과가 나오는데 숙종실록에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대목 발견. 예전에 가뭄이 나면 궁녀를 출궁시켰다는 군요.. 오호 조선왕조실록 사이트는 언제 봐도 흥미진진~
숙종 15권, 10년 07월 05일(1684년)
김수항이 말하기를, “예로부터 가뭄을 이르게 하는 길이 한 가지만이 아니나 흔히 음기(陰氣)가 쌓여 막히는 데에서 말미암습니다. 당(唐)나라 태종(太宗)은 가뭄을 만나서 궁녀(宮女) 3천 명을 내보냈고, 우리 나라에서도 궁녀를 또한 내보적 적이 있습니다. 내간(內間)의 일은 비록 감히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인선 왕후(仁宣王后)의 국휼(國恤) 뒤에 궁녀가 아직도 궁중에 남아 있다고 들은 듯하니, 심부름시킬 수 있는 자를 빼놓고 그외에는 모두 내보내는 것이 또한 수성(修省) 중의 한 가지 일입니다.”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궁녀를 내보내는 일은 예로부터 있었으며 우리 나라는 그 수가 많지 않다. 인선 왕후의 국휼 뒤에 이르러서는 여러 궁가(宮家)에 보낸 이외에 이미 내보낸 자가 있다.” 하였다. 민정중이 말하기를,
“심부름시키기에 이미 족하다면 그 중에서 쓸모 없는 자를 내보내는 것이 좋지만, 만일 부족하다면 어찌 반드시 이를 하겠습니까?”하니, 임금이 이를 옳게 여겼는데, 몇 달 뒤에 십수 명을 내보냈다.
그리고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혜영 궁녀는 왜 출궁당한 걸까요? 저도 궁금 *_*
영조실록 68권, 24년 10월 17일(1748년)
궁녀(宮女) 혜영(惠永)을 단천부(端川府)에 정배(定配)시켰다. 임금이 불량(不良)하다고 하면서 특교(特敎)를 내려 출배(出配)시켰는데, 밖의 사람들은 끝내 무슨 일 때문인지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