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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라우 리사이틀(자비에르 드 메스트르 하프) 후기

flipside 2023. 5. 27. 11:21

2013/05/27 00:12

 

공연 자체를 평할 실력은 없어서 외적인 면을 위주로 썼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


지난주 파리 여행을 갔다가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열리는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의 리사이틀을 보게 되었습니다. 파리는 처음이라서 공연보다는 관광에 중점을 둔 터라 공연은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여행 중간에 성당에서 열리는 무료공연과 박물관의 밤 행사로 열리는 재즈 공연은 봤습니다)


하지만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라 조콘다]가 하고 있어서 당일 구매를 시도해 봤지만 20만 원 표만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_- 포기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볼껄 그랬나 하는 후회도 약간 ^^)


오페라 가르니에도 미리 예매를 하지 않았던 터라 운에 맡기고 공연 당일(5/22) 공연장을 찾았는데 역시나 이미 매표소는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수요일이라서 늦게까지 문을 여는 박물관이나 가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제가 매표소 앞에서 서성이던 모습을 보시면 어떤 할아버지가 공연을 보려고 하니? 하고 말을 거시더니 자신이 가진 표를 사겠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25유로로 맨 중앙의 꼭대기(층으로 보면 4층, 명칭으로는 Amphithéâtre석이더군요)의 가운데 자리였습니다. 살 때는 어디인지를 잘 모르고 일단 표가 있다는 것 자체에 기뻐서 바로 값을 치르고 서둘러 입장했습니다. 표의 바코드를 찍고 바로 입장~ 참고로 리사이틀 공연의 표는 6단계로 75유로/55유로/35유로/25유로/12유로/10유로 이렇게 구성되었습니다.


4층으로 올라가서 안내하는 직원분(모두 턱시도 & 여성정장 차림으로 프로그램을 나눠주고 자리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더군요. 프로그램은 무료~)에게 표를 보여주니 뭐라고 설명을 하다 제가 못알아 듣는 눈치니 바로 자리로 안내 해주셨습니다. 정말 가운데 자리였는데 이미 모두 착석한 상태... 제가 들어가려고 하니 다들 자리를 비켜주셔서 무사히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객석은 만석이었고 전반적으로 관람연령대는 높은 편인것 같았습니다. 제 오른편은 커플, 왼쪽은 저처럼 혼자 온 사람이었는데 중간 중간 손으로 운지 연습을 하는 것을 보니 음대생인 듯했습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자리가 좁았고 - 제 무릎이 앞사람 등에 닿고 뒷사람 무릎은 제 등에 ^^ - 경사가 꽤 가파른 편이라 전혀 시야의 방해는 없었습니다. 제 주위 많은 분들이 오페라 글래스로 무대를 보시더군요. 아래 사진은 제 시야에서 본 무대. 공연시작 전입니다~


이미 무대에 하프와 악보대는 셋팅되어 있었고, 공연시간인 8시가 되었지만 시작을 하지 않다가 한 5분쯤 지나고 누군가 나와서 프랑스어로 뭔가 잠깐 멘트를 하더니(조금 늦었진다는 말이었을지도) 몇 분이 지나자 담라우가 풍성한 빨간 드레스를 입고 검은 정장을 입은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별도로 페이지터너는 없었습니다.


프로그램은 1부는 독일 - 2부는 프랑스로, 1부는 슈베르트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으로만, 2부는 레이날도 한, 쇼숑, 포레, 앙리 뒤파르크, 에바 델라쿠아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첫곡이 세레나데(흑 아는 곡으로 시작한다는 점에 일단 감동 ㅠㅠ)였고 이어서 An die Musik, 아베마리아 등 귀에 익숙한 곡이 이어졌습니다. 슈베르트 곡이 끝나고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가 나와서 본인이 편곡한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했고 이어서 슈트라우스의 가곡이 이어졌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슈베르트 곡은 매 곡마다 박수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슈트라우스 곡이 시작되고 이번에도 역시 곡마다 박수가 나오자 발코니에서 어떤 분이 뭐라고 큰소리로 박수를 제지했습니다. 박수소리가 줄어들고 담라우도 양손으로 어쩔 수 없다는 몸짓을 하고 나서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슈트라우스 가곡 중 한 곡을 하는데 갑자기 담라우가 위치를 바꿔서 하프 옆으로 갔습니다. 왜 저러지? 했는데 그 곡은 페이지터너 역할을 담라우가 해주더군요. 끊임 없이 반주가 이어지는 곡이었고 둘이 정말 호흡이 잘 맞는 생각이 드는 모습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은 20분 정도였는데 다들 와인을 한잔씩 하는 분위기. 재입장에서 표를 다시 보는 경우는 없었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아예 오페라 가르니에 전체 입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검표를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쉬는 시간을 빌어 건물 이곳 저곳을 살펴봤습니다.


벨소리가 울리고 한 5분쯤 지나고 2부가 시작. 2부 첫곡인 레오날드 한의 첫번째 곡이 끝나고 이번에 다시 박수가 터져나왔는데 사람들이 오... 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나왔고 ^^ 이후에는 작곡가별로 연주가 끝날때만 박수가 나왔습니다. 1부와 마찬가지로 2부도 중간에 포레의 하프를 위한 즉흥곡 연주가 있었습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엄청난 박수, 브라보와 여러차례 커튼콜이 이어졌고, 앵콜도 3곡 정도 했습니다.(전 사람들이 왜 앵콜도 안듣고 나가나 했는데, 알고 보니 사인회가 준비되어 있었더군요. 다보고 나갔을 때는 이미 줄이 엄청나서 전 포기 ㅜㅜ) 장난스럽게 담라우가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의 등을 하프로 떠미는 시늉을 하면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가 어쩔 수 없다는 몸짓과 함께 하프를 연주하는 재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콜곡은 독일, 프랑스 노래가 섞였던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런던에서 공연을 봤을때 제가 봤던 여러 공연 모두에서 커튼콜은 1~2번, 앵콜은 전혀 없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열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아래는 공연 끝나고 박수 받으며 나오는 모습~


사인회 모습을 꽤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CD없이 그냥 프로그램에 사인 받는 사람이 많았고(물론 오페라 가르니에 한 쪽에 음반매장이 있고 그쪽에서 사인회가 진행), 한 사람 한 사람과 매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도 사진도 같이 찍고 하는 스스럼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래는 멀리서 찍어본 사인회 모습.


전반적으로 슈트라우스의 가곡부터 이어지는 2부, 앵콜곡 모두 하나도 아는 곡은 없었습니다만 하프 소리가 참 묘한 매력이 있어서 전혀 지루한 것은 없었습니다. 4층이지만 공연장 자체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목소리나 하프소리 모두 또렷하게 다가왔고 - 오다가 떨어지는 느낌 ^^ 은 없었습니다. 몇몇 곡은 참 격정적이었는데 담라우의 무대매너나 동작이 멀리서 보기에도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가 충실히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 담라우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소소한 동작 하나 하나로 보여주는 것(예를 들어 항상 한발짝 뒤에서 인사^^)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참고로 파리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 관련해서는 해당 공연장 공식사이트도 찾아보실 수도 있지만 아래 파리 오페라의 격월간지 [EN Scéne!] 공연정보를 담은 월간지 [cadéncés]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cadéncés]는 오르세 미술관의 지하 극장 앞에 배포대가 있었습니다. ^^






p.s. 오페라 가르니에의 샤갈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