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8 23:57
mysticat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블로그가 아닌 본점에 들르게 되었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링크란에서 [음양사]를 번역해 낸다는 도서출판 손안의책이라는 곳의 주소를 알게 되어 방문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다카무라 가오루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결국 검색엔진의 도움을 받아서 누군지 알아내기는 했는데, 참 내 기억력은... 하고 절망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안국동에 있는 일본문화원에서 일본영화제 비슷한 것이 할 때 최양일 감독이 다카무라 가오루의 [마크스의 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가 한다는 것을 우연히 전해듣고 만사를 뒤에 두고 달려간 기억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까먹다니... 하며 말이다.
예전에 읽은 [마크스의 산]과 [석양에 빛나는 감]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어떤 소설보다도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었다. 나에게 "나오키상 = 재미, 만족"이라는 공식을 확인시켜준 작품이기도 했고. ^^ 다카무라 가오루 소설은 폭력적이며, 무겁고 비극적이며 피가 넘치고 탐욕과 은폐로 찌든 인간군상이 펼쳐지지만 워낙 탁월하게 인물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을때에야 내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다. 나는 누군가 여성작가, 여류작가 운운하면서 소재의 폭이라든가 필치를 문제삼는 발언을 한다면 [마크스의 산]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개인적으로 패트리샤 콘웰보다 다카무라 가오루 작품이 스케일 면에서는 한수 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서출판 손안의책 게시판에도 올라와 있는 이야기처럼 다카무라 가오루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다.(이 출판사에서도 다카무라 가오루의 책을 더 낼 계획이 없단다 흑흑흑)
그래서 나는 요즘 불고 있는 [다빈치 코드] 바람이 왜 재미있는, 스릴만점의,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일본 소설에까지 불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일본 소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때문일까? 마케팅의 문제일까?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오지 않은 탓일까? 제목에 문제가 있나?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너무나 감탄한 일본소설 2권,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기리노 나츠오의 [부드러운 볼]은 모두 소설내용을 직설적으로 알려주는 제목으로 바꿔서 각각 [인생을 훔친 여자],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로 다시 서점에 나왔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일본 스릴러/추리소설이 홀대 받는 이유는 뭘까? 곰곰 생각해볼만한 수수께끼다.
p.s. 일본어와는 거리가 먼 탓에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번역가와 출판사의 현명하신 판단만 기대하고 있던터에 [리오우]라는 작품의 번역사실을 알게 되어 너무 기쁘다. ^_^ (이럴 줄 알았으면 인터넷 서점에서 오늘 주문을 할 것을... 이승환 새 앨범에 눈이 멀어 -.-) [리오루]의 존재를 알게 해준 계기를 마련해 주신 mysticat님께 감사 (__)
p.s. 참고로 최양일 감독의 [마크스의 산]은 원작을 많이 축약한 느낌이 들어 맘에 차지 않았다. 영화만 놓고보면 재미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원작을 볼껄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추가로 영화는 [막스의 산]이라고 제목을 달았는데 갠달프를 간달프라고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었다.
p.s. 도서출판 손안의책 사이트에는 편집부 일기라는 공간이 있는데 편집경험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밋밋한 다른 출판사의 홈페이지는 본받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