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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 요코야마 히데오

flipside 2023. 5. 28. 19:50

2004/11/06 22:04

 

[책을 읽고 나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경감이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인 부인을 죽이고 자수했다. 하지만 부인을 죽인 후 2일간의 행적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이틀간 무엇을 했던 것일까?"


책날개와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이 작품이 일본내에서 일으킨 반향이 무척 크다고 되어있는데 그러한 명성에 어울릴 만큼 탄탄하다는 생각이다. 옮긴이는 역자의 말에서 이 책이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추리형식을 띈 사회소설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문제의 해결 보다는, 문제가 던진 파문에 의해 드러나는 사회의 부조리와 아픈 구석들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에 매우 동감한다.


소설의 구성은 시간순으로 되어 있지만 신문을 담당한 수사관, 사건을 맡은 검사, 이를 추적하는 신문기자, 어쩌다 사건을 맡게된 변호사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둔 판사, 정년을 1년 앞둔 교도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 장에서 이들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자 사건의 관찰자로 등장하는데 각 개인의 이력이 사건과 미묘하게 겹치면서 나타나는 갈등의 고조를 보고 있노라면 손에서 책을 놓기가 어려워진다. 작가의 전력이 뒷받침된 기자 세계에 대한 묘사와 검찰과 경찰의 미묘한 권력갈등 등이 잘 드러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구성의 탁월함은 말할나위도 없거니와 어찌나 각 등장인물의 성격이 잘 살아 있는지 영화장면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소설속의 작은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인 판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국내 출간된 일본 추리소설 중 손에 꼽힐만한 수작으로 추리소설 팬은 물론이고 일본사회의 한 단면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권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


신문(訊問)은 이런 거다.
신문은 한 권의 책이다. 피의자는 그 책의 주인공이다. 그는 실로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책 속의 주인공은 책에서 스스로 나올 수 없다. 이쪽이 책을 펼침으로써 비로소 뭔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쪽을 항해 눈물로 호소하기도 한다. 분노의 불을 지피기도 한다. 그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가 읽어주기 바란다. 이쪽은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면 되는 것이다. 그는 기다리고 있다. 빨리 넘기라고 조바심을 치며 기다리고 있다. 이쪽이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한, 그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서지정보]


제목 : 사라진 이틀
지은이 : 요코야마 히데오 [橫山秀夫]
옮긴이 : 서혜영
원제 : 半落ち(2002)
출판사 : 들녘
발간일 : 2004년 08월
분량 : 287쪽
값 : 8,500원


[p.s.]


- 영화화 되어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는데 공식 홈페이지도 멋지다 ^^ : 映画「半落ち」公式サイト


- 엄청난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동의 폭을 줄일 우려가 있으므로 영화나 소설에 대한 기사는 찾아 읽지 말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