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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꽃 | 기시 유스케

flipside 2023. 5. 28. 19:54

2004/12/11 19:55

 

[책을 읽고 나서]


기시 유스케의 [푸른 불꽃]은 [검은집]과 함께 그의 걸작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검은집]이 텍스트를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최고의 공포를 선사했다고 한다면, [푸른 불꽃]은 살인을 감행하는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묘사를 통해서 독자의 (불편한 - 내가 살인자의 심리에 이토록 깊게 공감하다니!)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하지만 읽고 난 후의 느낌은 후련함이라기 보다는 갑갑함과 우울함, 쓸쓸함.. 뭐 이런 기분이다. 작품의 완성도 탓이 아니라 순전히 주인공에게 너무 깊이 빠졌기 때문이다)


의부에 대한 살인을 계획하는 전반부와 그 사건으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지배하는 후반부로 크게 나눠지는데 이야기가 힘을 잃거나 주제의식이 흐려지지 않고 끝까지 팽팽하게 긴장감이 유지된다. 특히 후반부는 긴박감까지 더해져 읽어나가는 것을 중단하기 어렵게 한다. 혹시나 [천사의 속삭임](1998)으로 실망했던 독자라면 다시 한 번 이 작가에게 기회를 주기를 기대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


슈이치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조용한 분노가 차곡차곡 마음에 쌓여간다.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을 휘감았던 붉은 불꽃과는 종류가 다르다. 그의 뇌리에서 빛나는 것은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푸른 불꽃이었다. 가장 깊은 사색을 나타내는 푸른색. 그러나 차가운 빛과 반대로 푸른 불꽃은 붉은 불꽃보다 훨씬 높은 온도로 자신을 불태운다.


그는 이미 자신이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남은 것은 기술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서지정보]


제목 : 푸른불꽃
지은이 : 기시 유스케 [貴志祐介]
옮긴이 : 이선희
원제 : Ao No Honoo[青の炎] (1999)
출판사 : 창해
발간일 : 2004년 09월
분량 : 532쪽
값 : 12,000원


[p.s.]


- 일본어판 표지의 카피가 "이렇게도 안타까운 살인자가 일찌기 있었을 것인가"란다. 깊이 공감한다.


- 기시 유스케의 비공식 팬사이트 : 일본어 | 한국어 번역


- 2003년 영화화 되었다. 내가 감독이라도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을 것 같다 : 영화정보 읽으러 가기 | 영화 포스터 : 보기


- 원래는 영화 포스터를 올렸는데 너무 커서 -.-;; 책 표지랑 DVD 표지를 다시 올린다. 2번째 표지는 슈이치가 주로 생활하던 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