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05 10:11
예전에 영화 [반지의 제왕] 1편이 나왔을 때 질문이 올라온 것에 대해 답변한 글입니다. 이 글에서 계속 나오는 예문판은 새로 분권한 책이 아니라 예전에 나온 3권짜리를 염두에 둔 것이며, 당시에는 아직 씨앗판이 나오지 않았었습니다. [처음 쓴 것은 어느 동호회 게시판, 두번째는 나우누리 영화 게시판이었습니다 ^^]
[반지전쟁]과 [반지의 제왕]중 어느것을 사야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예전에 다른 게시판에 올린글입니다. 영화게시판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예문판의 반지전쟁이 홀대 받는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올리는 글이니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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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전쟁]의 열렬한 팬으로 ^^ 몇 자 써봅니다.
저는 예문에서 나온 3권짜리 [반지전쟁]을 읽고 반지팬이 되었기 때문에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만 현재 구하기는 불가능하니 이후에 다시 예문에서 나온 5권짜리 [반지전쟁]을 추천합니다. 번역 문제를 떠나 표지나 편집, 전체 디자인 면에서는 출간된 3종의 반지전쟁 중 3권짜리를 따라올 것이 없다는게 제 생각이지만, 현재 구할 수 있는 것은 5권짜리이니 어쩔 수 없이 ^^ 그것을 권합니다.
위에 답변에서 자세하게 말씀하신것처럼 번역 문장을 보면 예문판이 훨씬 매끄럽게 읽히고, 그 책을 읽고 그 번역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황금가지판을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반지팬들은 대부분 처음 책을 읽으실 분들에게는 예문판보다는 황금가지판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예문판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는 것과 황금가지판의 번역이 원본에 더 충실하다는 점, 그리고 제대로 분권이 되어 있고(2번째 나온 5권짜리는 예문판은 원본과 다르게 분책한 것 입니다), 오역이 비교적 적다는 점 때문이죠. 그리고 여러 명칭의 경우 톨킨의 의도(예를 들어 golden berry를 예문판은 골든베리로, 황금가지판은 금딸기로 번역했는데 톨킨은 외국어로 번역될 때 후자를 원했다고 합니다) 부합하는 것이 황금가지판이라는 점도 추천의 큰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예문판을 권하는 이유는 번역문장이 읽기 편하고(황금가지판은 제게 너무나 딱딱하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시의 번역이 훨씬 유려하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예문판이 너무 폄하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입니다(아 굳이 하나 더한다면 예문판에는 절대반지로 번역된 것이 황금가지판에는 유일반지로 번역되었다는 점. 절대반지에 너무 익숙한 저는 유일반지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처음 접하는 분에게는 해당 안되지만 영화를 본 분들만 해도 좀 어색하게 여길 가능성이.. ^^;). 사실 예문판이 당시 정식 판권계약을 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날림 번역판을 모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리고 역시 예문판을 적극 권하는 제 친구는 그 이유로 예문판이 비록 3인의 공동번역이지만 마지막까지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물론 이것은 상대적인 것이죠), 누락된 서문의 일부와 부록이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는 점, 마지막으로 등장인물의 성격과 번역문이 일치하는 면에서 예문 것이 훨씬 뛰어나다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후반부에 나오는 아웬의 대사를 볼 때, 원본과 일치하게 번역된 것은 황금가지지만, 원문과 다르게 문장을 끊어주고 의역을 한 예문의 번역이 더 감동을 준다.. 이런 의미입니다.
어쨌든 쓰고보니 저나 제 친구가 예문판을 권하는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인 근거에 의한 것이 되었네요 ^^;;; 제가 아는 선배누나는 고민하다 황금가지판을 샀지만, 친구에게 예문판을 사라고 공작한 것이 성공해 나중에 서로 읽고 바꿔 보기로 했답니다. 이런 절충안은 어떨까 합니다.
p.s.
[반지전쟁]과 [반지의 제왕] 출판에 얽힌 뒷이야기는 아래 사이트에 상세히 나와 있는데 여기에 각 판본을 비교한 대목을 올립니다. 이 부분은 예문판이 좋다는 시각에서 옮긴것임을 감안하고 보세요 ^^ 영화에서는 아웬이 강에서 흑기사들의 추적을 따돌리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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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an.theonering.net/lotrlab/lab/lotrgolden2.html
[황금가지판]
"바로 그 순간 뭔가 으르렁거리며 쇄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바윗돌을 굴리며 쏟아지는 엄청난 물소리였다. 프로도의 흐릿한 눈에 발 밑의 강물이 부풀어올라서 수많은 물결을 일으키며 흐르는 것이 보였다. 높은 물결의 머릿부분은 하얀 불꽃처럼 번뜩였다. 한순간 프로도는 거품 같은 갈기를 휘날리며 쇄도하는 백마를 탄 백기사들 무리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직 여울 한복판에 있던 세 흑기사는 그대로 물에 휩쓸려 사라져버렸다. 순식간에 성난 물거품 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뒤에 남아 있던 자들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예문판]
"그 순간 천지를 울릴 듯한 파도소리가 들리더니 수많은 바퀴라도 굴릴 듯한 기세로 집채만한 파도가 밀려왔다. 프로도는 발 밑의 강물이 일어나고 그 물길을 따라 깃털장식을 한 기병대 같은 파도가 노호하듯 밀려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프로도의 눈에는 파도 머리에서 흰 불꽃이 번쩍이는 것 같았고 물 속에는 흰 거품 같은 갈기가 달린 백마 위에 흰 옷의 기사들이 타고 있는 듯했다. 그때 여울 속에 있던 세 기사는 파도에 휩쓸려 분노한 물거품 속에 묻혀 버렸다. 건너편에 있던 기사들은 당황하여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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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찾을 수 있는 로오리엔의 반지제왕 연구소(http://fan.theonering.net/lotrlab/lab/lab.html) 사이트는 반지 초심자를 위한 글을 포함해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대한 정말 상세한 내용이 있으니 구입전에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