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06 20:41
[책을 읽고 나서]
유이카와 케이의 작품을 손에 들면 새벽이 되서라도 다 읽고 자게 된다. 이번까지 4번째인데 다 그랬다. 특히 [백만 번의 변명]은 드라마로 만들면 딱이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잘 짜여있으며 재미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6명, 조연급 인물 3-4명. 책을 읽으면서 야 이 캐릭터는 누가 연기하면 잘하겠다... 하는 생각까지 하며 읽었다.
이번 작품은 결혼의 의미와 부부, 연인관계에 대한 한 편의 보고서 같다. 얼핏 외도라는 측면에만 집중하면 야마다 에이미의 [A to Z]를 떠올리게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에미미의 소설 속 주인공만큼 쿨하게 현실을 바라보지는 못하는 탓에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결혼 7년차 부부와 이들과 얽힌 인물들이 하나의 원을 이루는 구조를 갖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너무 심하게 우연인거 아냐? 하고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재미라는 면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생각이다. ^^ 탁월한 심리묘사를 통해 남녀를 포함한 인간관계의 전반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해준 작품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기억에 남는 구절]
현관문을 열어도 고양이에겐 마중을 나오는 애교가 없다. 그들은 언제나 담담했다. 개처럼 호들갑스러운 환대를 받으면 오히려 이쪽이 겸연쩍었다. 집에 들어가자 소파에서 자고 있던 두 마리가 시큰둥하게 고개를 들고는 이쪽을 돌아보면서 조그많게 울었다. 그것도 "낮 동안 외로웠어."라는 호소가 아니라 돌아왔으면 빨리 먹이와 신선한 물을 내놓으라는 재촉이었다.
리쿠토는 재킷을 벗고 주방에 섰다. 밤에는 고양이 캔을 반씩 주기로 되어 있었다. 그것을 접시에 얹고 물을 갈아주었다. 고양이들이 소파에서 내려와서 다가왔다. 물론 거기에도 감사의 의미 따윈 없다. 리코토는 고양이들이 먹는 동안 고양이 모래를 갈아주었다.
고양이에게 있어 주인은 말하자면 노예 같은 것이다. 하지만 리쿠토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왔다. 보답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고마움을 느껴 주길 바라는 마음도 없다. 마음껏 어리광부리며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 고양이들이 저기 있다. 오직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은 완결되어 있다.
어째서 이 고양이들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어째서 상대가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나고, 불만을 느끼고, 때로는 미움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될까? 상대방 사람이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이 인간이기 때문인가?
[서지정보]
제목 : 백만 번의 변명
지은이 : 유이카와 케이 [唯川惠]
옮긴이 : 남주연
원제 : 100万回の言い譯 (2002)
출판사 : 영림카디널 http://www.ylc21.co.kr/
발간일 : 2004년 11월
분량 : 448쪽
값 : 11,000원
[p.s.]
- 위에 고양이를 언급한 부분을 옮겼는데 나중에 시간되면 고양이에 대해 쓴 소설속의 문구만 따로 모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 원서나 번역서나 표지가 다 이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