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03 23:44
2002년 여름에 썼던 글입니다.
예전에 인터넷 만화판매점에서 아주 싼 값에 [러버스 키스]를 산 적이 있습니다(인터넷을 찾다 발견했는데 이 만화의 해적판 제목이 [시작되는 연인을 위하여]네요. 이것도 괜찮은 듯 ^^). 그냥 단순히 줄거리만 알고 있다가 우연치 않게 사게 되었는데, 간결한 만화체와 탄탄한 줄거리에 감탄하면서 읽었었죠. 여자와 여자의 사랑, 여자와 남자의 사랑,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라는 3가지 연애가 놀랄 정도로 매끄럽게 그려져 있던 탓에 요시다 아키미라는 작가의 이름은 기억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생일선물을 물어보길래 아키미의 다른 작품인 [바나나 피쉬]를 사달라고 했습니다. 예상금액으로는 전체 19권(+외전 1권) 중 15권까지 밖에 못사보낸다고 했는데, 나중에 밥사라는 메시지와 함께 전권을 다 보내주었더군요.(ㅠ.ㅠ 감격) 지난 주 금요일에 도착한 책을 쌓아놓고 있다가, 토요일 저녁부터 읽기 시작해 새벽 3시까지 11권 까지 읽고, 일요일 오후 2시에 일어나 -.-;;; 밥먹고 이 일 저 일 하면서 계속 읽어 오후 8시에 다 읽었습니다. ^^V
어떤 글에서 "남녀노(소는 안됨 -.-) 모두 즐길 수 있는 만화"라는 평을 봤는데 정말 딱 들어맞는것 같습니다. 바나나 피쉬라는 약물의 존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이론에 충실한 미스테리 형식에 뉴욕의 스트리트 보이 갱단, 차이나 타운의 암흑가 세력, 마피아 집단 등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고 또 수없이 등장하는 전투 장면과 추적 신 등은 남성들에게 이 만화는 액션만화야! 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또 미소년 주인공인 애쉬(왼쪽)나 에이지(오른쪽)가 지닌 묘한 매력과 두 주인공간의 정신적인 유대관계와 깊은 우정/사랑은 여성 팬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겠죠. 제게는 이 두 가지 장점에 더해 작가가 동성애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묘사를 해 준 것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봤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와 더글러스에 대한 언급을 보면 이 작가가 그냥 장난으로 동성애를 언급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물론 [바나나 피쉬]가 동성애 만화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냥 남성들의 간의 조금은 깊은 우정 정도가 되겠죠. 애쉬가 남창이었고, 어린 소년들을 좋아해 비밀 사교클럽을 애용하는 나이 많은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 오히려 동성애는 변태적이야...라는 그릇된 생각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러버스 키스]의 한 대사처럼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식의 해석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고마와-
나도 너처럼 되고 싶었어.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살고 싶었는데"
"가능해! 애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아.
같이 일본으로 가자. 애쉬!
더 이상 널 위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일본에서는 총이 없이도 살 수 있어.
넌 새로 시작해서 분명 자유로와 질거야!"
"...내 손은 피로
더럽혀져 있어.
내가 죽인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하지만 안 그러면 네 목숨이 위험했으니까."
"그야 뭐...
아버지가 늘상 그랬지. 넌 트러블 메이커라고.
어디를 가든... 네게도 불행이 미칠 거야.
지금도 그렇잖아?"
"... 애쉬 언제나 말하잖아.
대체 몇 번씩이나 들어야 직성이 풀리니?
내가 널 성가셔 한다고 생각해?
절대 그럴리 없다는 걸- 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널 잃고 싶지 않아!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어!"
"...그럼 일본어를 배워야 겠군."
[바나나 피쉬 Banana Fish] 17권 중에서
p.s. 음.. 역시 대사만 옮겨놓으니 별로 감흥이 안 사네요 ㅠ.ㅠ